“대선 투표시간 연장하자” 문재인·안철수 합동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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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의 투표시간 연장 여부가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 28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동시에 이를 위한 선거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 후보는 현행 투표 마감시간 오후 6시를 오후 9시까지, 안 후보는 오후 8시까지 각각 3시간, 2시간씩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이날 대전·충남·세종시 선대위 출범식에서 “최근 한국정치학회 조사를 보면 840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일 때문에 투표하지 못한 비율이 64.1%에 달했다”며 “이분들을 투표하게 하려면 오후 9시까지 투표시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했다.

 안 후보도 이날 서울 종로 캠프에서 열린 ‘투표시간 연장 국민행동’ 출범식에서 “1971년 정해진 ‘12시간 투표’(오전 6시~오후 6시)가 40년간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며 “선거법 한 줄만 고치면 된다. 지금 당장 여야가 합의해 선거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두 후보는 “투표시간 연장 방안이 새누리당 반대로 이미 한 번 무산됐다”(문 후보), “‘100% 대한민국’이 진심이라면 선거법 개정에 동참하시리라 믿는다”(안 후보)며 나란히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압박했다.

 새누리당 박 후보는 이날 중앙선대위 여성본부 출범식이 끝난 뒤 “그 (투표시간 연장) 문제는 여야가 잘 상의해 결정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이 법 개정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사실상 반대 의사를 내비친 셈이다.

 새누리당은 ‘시기의 부적절성’을 들고 있다. 이주영 대선기획단장은 “아무리 보편적인 주장이라도 (선거가) 멀리 있을 때 꺼냈어야 한다”고 했다. 이정현 공보단장도 “40여 년 동안 아무 탈 없던 것을 (대선) 50여 일 남겨놓고 주장하는 것은 뜬금없다”며 “투표시간 연장이 투표 추세나 투표율에 큰 영향을 못 미친다는 선관위 통계도 있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이런 상반된 입장은 투표시간 연장을 통해 투표소를 찾을 유권자 상당수가 야권 지지 성향이라는 가정에서 비롯한다. 2011년 가상준 단국대 교수 등은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의 투표참여 실태조사에 관한 연구』에서 비정규직, 그중에서도 일용직·임시·파견·용역·도급직 노동자 상당수는 “고용계약상 근무시간 중 외출이 불가능해 투표를 못했다”고 응답한 경우가 많았다.

가 교수는 “아무래도 야권은 이들을 지지층으로, 여권은 반대층으로 분류하는 것 같은데 이들의 정치적 성향까지 밝혀낸 보고서는 없다”고 했다.

 선거가 초박빙세를 보이는 것도 양측이 접점을 못 찾는 이유다. 윤종빈(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야권 후보 단일화가 되면 여야 대결에서 적게는 20만~30만 표, 많아도 100만 표 이상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8월 말 현재 투표권을 가진 만 19세 이상 인구 수는 4052만8052명이다. 투표율이 1%포인트만 올라도 40만 표가 추가된다. 신율(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투표시간이 늘면 투표율이 오르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선거 막판에 이를 끄집어낸 건 다소 정략적이지만 반대할 명분도 딱히 없어 보인다”고 했다.

 외국 사례는 다양하다. 영국은 오후 10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오후 8시, 이탈리아는 오후 10시, 일본은 오후 8시, 캐나다는 오후 8시30분까지 투표한다. 하지만 미국·영국·캐나다는 임시 공휴일인 우리와 달리 모두 평일에 투표한다. 프랑스·독일·호주의 투표시간은 우리보다 짧은 10시간이다.

양원보·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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