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강남권 뛰는데 고양·파주는 주저앉아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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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융자 있는 전세가 많이 싼데 권해드리지 못합니다. 전세 물건이 있어도 거래가 거의 안돼요.

25일 오후 고양시 덕이지구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이 지역 새 아파트는 대출을 낀 게 많아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다”며 울상을 지었다.융자가 많은 전세는 나중에 혹시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전세보증금을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에 세입자가 들어가기 꺼린다는 것이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아예 융자 많은 주택의 전세는 처음부터 권하지 않는다”며 “대출 없는 새 아파트 전세는 희귀해 거래가 거의 안된다”고 말했다.같은 날 서울 강남구 도곡렉슬 인근 엔젤공인은 하루 종일 전세 문의로 분주했다. 이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주 45000만원이던 공급면적 86㎡형은 이주 들어 5억원까지 올라갔다. 이 중개업소 관계자는 “3000가구가 넘는 단지에 전세물건이 2~3개 밖에 없다”며 “전세 물건은 없는데 수요는 계속 늘어나니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한쪽에선 전세난, 다른쪽에선 역전세난

서울·수도권 전셋값이 온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재건축 이주수요로 전세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는 서울 강남지역은 전셋값이 무섭게 오르는 반면, 입주량이 몰리거나 집값이 떨어져 이른바 ‘깡통주택’이 늘어나고 있는 고양, 파주, 김포한강신도시, 용인, 성남 분당 등의 전셋값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중앙일보조인스랜드에 따르면 지난 12~18일 고양시 전셋값은 0.06% 떨어졌다. 파주시나 김포한강신도시는 변동이 없었다. 용인이나 성남은 중소형은 전셋값이 오르는 추세지만, 중대형 전세는 남아돈다.반면, 같은 기간 서울 강동구는 0.17% 올랐고, 강남구(.05%), 송파구(0.02%), 서초구(0.01%), 광진구(0.01%) 등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 역세권을 중심으로 신혼부부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다 최근 재건축 이주수요로 전세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입주량 몰린 지역 전셋값 하락하기도

전셋값이 지지부진한 곳은 올 하반기 입주량이 몰린 곳이다. 올 하반기 입주를 시작했거나 시작할 예정인 물량은 영종하늘도시 2990여가구, 김포한강신도시 1600여가구, 고양 삼송지구와 파주 운정신도시 2500여가구, 광교신도시 1000여가구, 의왕시 2400여가구 등이다.이런 지역의 전셋값은 지지부진하다. 고양시 덕이지구 전용 84㎡형 전세는 13000~17000만원이지만 대출이 있는 경우 세입자를 찾기 어렵다. 1억원대 초반에 전세를 내놓기도 하지만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는다.이 지역 집주인의 대출은 평균 2~25000만원선으로 매매가가 38000~4억원이어서 자칫 전셋값과 대출금을 합하면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 되기 때문이다.인근 T공인 관계자는 “전셋값을 낮춰도 전세보증금과 대출금을 합하면 5000~6000만원 정도 더 싼 수준”이라며 “시세가 더 떨어지면 위험하니까 세입자가 꺼린다”고 말했다.김포한강신도시도 비슷한 분위기. 이 지역 전용 84㎡형 전세는 13000~15000만원 정도 하지만 대출이 있는 경우 역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다.쌍용예가 인근 S공인 관계자는 “대출 없는 84㎡형은 17000만원까지 호가 한다”며 “다만 대출없는 물건이 많지 않아 전반적으로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고 말했다.전셋값이 뛰기 시작한 곳은 서울 강남, 서초 등 강남권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먼저 서초구 잠원동 대림아파트나 신반포한신1차 주변 등 재건축 이주가 시작됐거나 곧 예정된 아파트 주변 전셋값이 많이 오르고 있다.반포주공1단지 전용 72㎡형은 2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5000만원가량 올랐고, 같은 아파트 84㎡형도 4000~5000만원가량 뛰었다.강동구 둔촌동 둔촌푸르지오 111㎡형의 경우 37000만원으로 두주사이 3000만원 가량 올랐다. 물건이 부족하다 보니 시세는 더 뛸 것이라는 게 이들 지역의 공통점.부동산부테크연구소 김부성 소장은 “전셋값 상승세가 아직 강남권 등 일부지역에 국한되고 있고 다른 지역은 가을 성수기가 무색하리만큼 조용하다”며 “입주량이 몰리는 지역은 전셋값이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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