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나무가 남긴 이별의 손수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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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빨갛고 노랗게 물든 가을이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단풍을 즐길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주말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고 나면 우수수 떨어진 낙엽이 도심의 거리를, 백두대간의 등산길을 뒤덮는 늦가을에 접어든다. 하지만 지는 단풍을 아쉬워할 새도 없이 우리는 금세 “바스락바스락” 낙엽 소리에 마음을 빼앗길 게 틀림없다. 꿈 많은 아이들은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을 테고 한 장 넘어가는 달력에 시선이 멈추는 누군가는 떨어지는 가랑잎 하나에도 인생을 담을 것이다.

 그런데 과학적으로 보면 낙엽은 나무가 살기 위해 버린 유기물에 불과하다. 본래 나뭇잎은 물·이산화탄소·햇빛 에너지를 이용해 영양분을 만드는 광합성을 한다. 하지만 가을에 접어들어 기온이 떨어지고 햇빛이 약해지면 그 기능을 못하게 된다. 영양분도 못 만들고 나무가 머금은 수분만 빼앗아 간다. 이때 나무의 전략은 이별이다. 나뭇가지와 잎 사이에 ‘떨켜’라는 얇은 막을 만들어 잎을 떨어뜨린다. 떨켜가 생기면 물과 영양분이 잎으로 흘러가는 길이 막힌다.

 버림받은 낙엽이 가엾기도 하지만 가로수길이 노란 은행잎으로 푹신해질 것을 생각하면 반가운 마음이 더 크다. 이번 주말엔 비에 젖은 축축한 가을 낙엽길을 걸어보면 어떨까. 주말이 지나면 대륙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바람이 강하게 불고 기온이 크게 떨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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