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급진적’ 교과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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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에콜로지’란 말은 이제 유행어가 돼버린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지구의 미래를 근심하는 것이야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문제는 ‘에콜로지’마저 하나의 제스추어로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것이다.

급기야 ‘에콜로지 패션’이 등장했고 진보를 논하는 사람들의 대화엔 ‘에콜로지’가 필수선택과목이 되었다. 하지만 현재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에콜로지란 단어는 ‘자연보호운동’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출간된 캐롤린 머천트의 『래디컬 에콜로지』(허남혁 옮김, 이후)는 적어도 에콜로지란 단어의 오해를 푸는 데는 한 몫 톡톡히 할 것 같다.

캐롤린 머천트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린 분교 자연자원대학(CNR)의 ‘자원제도, 정책, 관리 제공’(RIPM)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진보적 생태여성론자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책은 래디컬 에콜로지, 즉 급진 생태론을 다루고 있다.

급진 생태론이란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만 주목하는 기존 생태론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데서 출발한다. 환경문제를 사회문제와는 동떨어진 자연의 문제로 인식하는 우리의 생각을 처음부터 뒤집어놓고 시작한다.

기존 생태론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환경운동가들의 마지막 목표지점은 대개 엇비슷하다. ‘생태환경의 회복’이 그들의 목표다. 하지만 그 목적지로 가기 위해 택한 길은 각양각색이다.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함을 역설하는 ‘근본 생태론자’, 관계의 변혁에 있어 종교적 영성을 강조하는 ‘영성 생태론자’, 인간 사회의 사회관계를 생태문제의 근원으로 보는 ‘사회 생태론자’가 그들이다.

이 책은 이들 중 누구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고 칼 마르크스를 운동의 중심으로 데리고 온다. 근본 생태론에는 사회경제적인 분석이 없으며 사회 생태론은 공허한 주장만 남발한다는 것이 머천트의 분석이다. 머천트의 이런 태도가 바로 ‘급진 생태론’이다. 좀더 엄밀히 말하자면 급진 생태론은 사회 생태론의 최선봉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급진 생태론이 이런 방향을 설정한 것은 그들이 세계를 보는 관점에서 기인한다. 급진 생태론자는 환경문제가 사회 속에 내재한 모순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에 따르면 그 첫 번째 모순은 경제적 생산력과 지역의 생태적 조건 사이의 긴장에서, 두 번째 모순은 재생산과 생산 사이의 긴장에서 발생한다. 이 책은 ‘20세기의 전지구적 생태 위기는 생산과 생태 사이의, 그리고 생산과 재생산 사이의 동력으로 창출되는 깊어 가는 모순들의 결과’라는 결론에 이른다.

지속 가능한 생태 사회로
급진이라는 말은 지역마다 다른 의미를 띌 수밖에 없다. 지역마다 안고 있는 환경문제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제1세계에서는 독성 오염물질의 영향을 줄이고 양생을 살리고 재활용을 촉진하는 쪽으로 에너지를 돌릴 수밖에 없고 제2세계에서는 도시의 대기와 수질 오염의 영향을 통제하는 데 우선적인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3세계에서는 충분한 음식, 깨끗한 물, 농약 중독의 영향, 토착민들의 토지 보존이 가장 큰 관건이 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세계의 급진운동은 서로 연결돼 있다. 독성물질과 의약품이 제1세계에서 유통 금지되면 제3세계 국가들에 버려지게 되고 급진운동은 이런 관행들에 맞서 이를 폭로하고 항의한다. 제1세계와 제3세계가 연대하고 이론과 실천이 긴밀하게 네트워킹 되는 것이 바로 급진 생태론의 현재 모습인데 이 책은 이런 연계를 낙관적으로 바라본다. 이 책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머지 않은 날에 ‘지속 가능한 생태 사회로 향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여러 가지 생태론의 사상, 그 사상의 문제점, 이러한 사상들이 발현되는 운동을 순차적으로 다뤄 생태론을 이해하고자 하는 초심자에게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한다. 각 장마다 주제와 연결된 흥미로운 읽을 거리를 담았으며 ‘더 읽을만한 책들’, ‘당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고 싶다면…’, ‘인명해설’등의 부록으로 한국의 생태운동과 연계를 시도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 한다.(김중혁/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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