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물수리…한번에 숭어 두마리 낚는 장면 '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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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형산강, 2012. 10

매년 가을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형산강의 아침을 여는 것은 바로 물수리다. 맹렬한 속도로 강에 처박히는가 싶던 물수리가 어느새 물고기를 낚아채고 날아오른다. 식겁한 오리들의 ‘꽥꽥’ 소리를 뒤로한 채 기분 좋게 마수걸이를 한 물수리는 아침해보다 먼저 하늘길을 내며 사라진다.

 매목 수리과인 물수리는 국제보호조다. 단일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종 2급이다. 남극 이외 전 세계에 걸쳐 서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보통 시베리아 등지에서 번식한 놈들이 한반도 해안을 따라 10월초께 찾아온다. 다른 맹금류와는 달리 바다나 강을 끼고 살며 물고기만 잡아먹는다. 그래서 ‘물고기 킬러’라 불리기도 한다.

 최근 미 해병대가 일본 오키나와에 실전배치한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osprey)’가 물수리의 영어 명칭이다. 몸길이는 수컷이 대략 50여㎝, 암컷이 60여㎝다. 몸 윗면은 검은 갈색이고 아랫면은 흰색이다. 좁고 긴 날개와 짧은 꽁지, 흰색 머리 윗부분이 돋보인다.

 물수리는 하늘에서 유유히 흐르는 형산강의 삼매경에 빠진 듯 보이지만 눈은 항상 물속을 꿰뚫어보고 있다. 이곳 형산강에서 물수리가 노리는 것은 팔뚝만 한 숭어들이다. 바다와 민물을 오르내리는 회유성 어종인 숭어는 산란을 앞둔 이 가을에 가장 기름지고 살도 잔뜩 올라있기 때문이다.

 물수리는 하늘에서 정지비행을 하다 먹잇감을 발견하면 바로 발톱을 부챗살처럼 편 채 물속으로 곧장 달려든다. 이때 속도는 무려 시속 140㎞에 이른다고 한다. 갈매기·왜가리 등은 부리로 사냥하지만 물수리는 발톱으로 사냥해 더 큰 물고기를 잡아낼 수 있다. 물수리는 수심 1m까지 다이빙이 가능하다. 다른 수리류(독수리·검독수리·참수리·흰꼬리수리 등)도 발톱으로 사냥하는데 물 위에 떠있는 물고기만을 노린다고 한다. 수리나 매의 발톱은 보통 앞에 3개, 뒤에 1개가 있지만 물수리는 앞뒤로 2개씩 발톱이 있어 물고기를 사냥하는 데 더 적합하다. 물속 숭어를 낚아채는 데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사진에 찍힌 물수리는 사냥 솜씨가 일품이었다. 이 놈은 한번 다이빙으로 숭어 두 마리를 동시에 낚아챘다. 아마 물수리 중에서 손꼽히는 사냥꾼임에 틀림없었다. 이놈은 양쪽 발에 숭어 한 마리씩 움켜잡은 채 솜씨를 뽐내기라도 하듯 비상하는 날갯짓이 더 힘차 보였다.

 물수리의 도전이 이놈처럼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물수리의 사냥 성공 확률은 3할대로 알려져 있다. 실패가 훨씬 더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프로야구 타율로 치면 정상급이다. 10번 중 7번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물수리의 필살기는 바로 도전정신인 셈이다.

 수온이 뚝 떨어지는 다음 달께면 물수리는 이곳 형산강을 떠나 더 멀리 남쪽으로 이동한다. 시베리아에서 시작된 긴 여정 내내 이어지는 끝없는 도전은 물수리를 더 강한 물고기 킬러로 성장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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