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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부드러움은 강하다 뛰자 양띠 직장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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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새해가 시작됐다. 여느 해처럼 사람들은 하루를 쉬고 직장으로 향했다. 계미년 새해에는 무언가를 이루고 말겠다는 의지를 새롭게 다진다.

직장 상사나 동료 또는 부하 직원과의 갈등.고민도 새해 솟아오르는 태양 속에 녹여버릴 생각도 한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스스로의 몸값을 올리기 위한 자기 계발 계획도 세운다.

술을 줄이거나 담배를 끊겠다고 다짐하는 직장인도 많다. 다른 띠에 비해 새해를 맞는 감회가 다를 양띠 직장인 네명이 만났다. 그들이 품은 꿈과 노력,그리고 각오를 들어본다.

#올해 꿈은-열심히 일한 뒤 휴가를

▶김나영=올 3월이면 입사한 지 만 2년이 된다. 올해는 '양의 해'까지 겹쳐 여러모로 뜻 깊은 해가 될 것 같다. 입사하기 전 직장생활을 2년 정도는 해야 조직과 일을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알리안츠생명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것 같다. 회사에 대한 애정도 깊어졌다.

▶김지인=항상 느끼지만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노력하려고 애쓴다. 여유를 갖고 아이디어를 충전하기 위해 한해에 한번씩 해외로 떠난 경험이 있다. 올해는 남미 여행을 계획 중이다. 세계 곳곳을 살펴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작은 소중함을 깨닫는다. 랩 뮤직을 하는 'lavisi'라는 이름의 문화 충격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멤버들과 앨범 작업도 올해 해야 할 일이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배형식=여건이 되면 올 여름휴가 때 가족과 해외여행을 하고 싶다. 특히 올해가 양띠해인 만큼 뉴질랜드에 가서 양들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노은정=새해에는 양처럼 지혜롭고 풍요로움이 가득한 생활이 됐으면 한다.

#자기 계발 계획-몸값을 올린다

▶노=연세대 경영대학원(MBA)에서 마케팅을 전공하고 있다. 세 학기를 마쳤다.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 최근에 본 재즈와 록 공연에서 드럼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올해는 취미로 드럼을 배워볼 계획이다.

▶김나=대학 때 전공이 회계와 재무였다. 일을 해보니 재미있고 적성에도 잘 맞는다. 학교에서 책으로 배운 것들이 실무에 적용되는 것을 보니 재미가 난다. 계속 금융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 올해 호주 공인회계사 시험을 보려고 준비 중이다. 자기 만족을 위해서라도 공부는 꾸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지=미국 경영학석사 입학 시험인 GMAT를 공부하고 있다. 지금은 모든 일을 배운다는 생각으로 마케팅과 관련된 일을 닥치는 대로 섭취하고 있다. 시간이 나면 거리로 나가 흐름(트랜드)를 읽는 작업도 하고 있다. 많은 사람을 만나려고 한다. 만나다 보면 경험이 쌓이고 그것이 곧 자기 계발이라고 본다.

▶배=자기 계발을 위해 꼭 학원이나 대학원에 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학식과 덕망을 갖춘 사람을 자주 만나고 책을 항상 곁에 둔다면 그보다 더 좋은 스승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해에는 이것 저것 손댄 일이 많은데 끝까지 실천하지 못했다. 올해는 작은 것 하나라도 꼭 이뤄야 겠다. 특히 외국어와 마케팅 분야에 좀 더 신경 쓸 계획이다.

#순한 양들-심신을 단련한다.

▶배=직장 생활에서는 나를 버리는 것이 자기를 위해 가장 좋은 것 같다. 일할 때 열심히 일하고 놀 때 열심히 노는 사람이 회사에서 인정받는다. 그러기 위해선 자기 시간을 철저히 갖는 것이 중요하다. 집이 멀어서(분당) 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출근버스 속에서 하루 생활을 계획하고 귀가할 때 하루를 반성한다.

▶김나=양띠라 그런지 주변에서 '순둥이'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순한 게 좋은 것 같다. 운동은 러닝머신으로 집에서 달리기를 한다. 날씨가 좋을 때는 주말이나 퇴근 후 아빠와 한강으로 조깅하러 가기도 한다. 운동을 하면 기분도 상괘해지고, 아빠와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어 너무 좋다. 아빠는 항상 곁에서 좋은 말씀과 조언으로 큰 힘을 주시는 든든한 후원자다.

▶노=양띠들은 외강내유 스타일이 많은 듯하다. 직장생활에서 남자들과 함께 경쟁하고 제몫을 해내기 위해선 강한 모습이 필요할 때가 많다. 그래서 오버액션을 하거나 남성적인 말투를 배워 쓸 때가 있다. 주말에는 부모님과 산에 오르며 강인한 정기를 흡입하고 있다.

▶김지=대학다닐 때 창업을 해 봤다. 현 직장에 들어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나태해진다는 생각이 들 때면 창업할 당시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곤 한다. 직장에 입사한 첫 날도 떠올려본다.

#부서와 팀의 목표-화합이 경쟁력이다

▶김나=얼마 전 우리 부서에 새 식구 두분이 왔다. 그 분들을 포함해 우리 팀원 모두가 가족같이 계속 따뜻하게 지냈으면 한다. 우리 부서가 하는 일은 한국알리안츠생명의 실적을 독일 본사와 싱가포르 아태본부에 보고하는 일이다. 정해진 날짜 안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기일을 맞추기 위해 밤을 새우는 일이 많다. '올해는 밤 새우며 야근하는 날을 반으로 줄이자'고 선배들과 다짐했다. 꼭 이뤄지길 바란다.

▶김지=세계 곳곳에 있는 마케팅 플래너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부서원들이 서로 화합하고 노력해 회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졌으면 좋겠다.

▶배=무엇보다 우리 팀원을 비롯해 가족 모두가 건강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개개인이 건강해야 팀은 물론 회사도 잘 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중견관리자로서 팀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고 늘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활기차게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을 부하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직장 스트레스-털어놓고 날린다

▶김나=가끔 속상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그냥 퇴근길에 걷는다. 걷다 보면 마음이 정리되고 고민도 풀리는 것 같다. 그리고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한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산이나 고궁을 찾는다. 맑은 공기도 마시고, 생각도 정리하고. 야외를 다녀오면 마음도 한결 편해지고 밝아지더라.

▶김지=이상하게도 직장에 들어와 큰 고충을 느껴본 적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사소한 고민이 생기면 직장 동료나 친구들에게 가볍게 털어놓는다. 수평조직인 회사 특성상 대표이사(이재웅)에게 직접 고민을 말하기도 한다.

▶노=가까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많이 생각하고 노트에 글을 쓰면서 고민을 떨쳐 버린다.

▶배=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다. 누구는 담배 연기로 날리거나 술 마시면서 '안주'로 씹는다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는 의도적으로 잊어버린다. 또 나에게 문제가 있어 생기는 스트레스는 스스로 반성한다.

정리=김동섭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 수다

양띠로 살면서 경험한 에피소드나 애환은.

▶노은정=생일이 빨라 학교를 한해 일찍 들어간 탓에 친구들은 대부분 말띠죠. 66년생 말띠 여자들은 백말띠여서 팔자가 세다는 속설이 있어요. 친구들은 선을 보거나 남자 친구 부모에게 소개할 때 양띠로 속이기도 하죠. 어머니는 주변에 "우리딸은 백말띠가 아니고 양띠"라고 강조하고 다니셨어요. 그런데 친구들 중에서 아직 저만 싱글입니다.

▶김지인=몇해 전에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양이 어떻게 우느냐는 내기를 했어요. 친구들은 "메-에" 저는 "음-메" 라고 막 우겼던 기억이 있죠. 그날 확인은 못하고 X파일(미해결사건)로 남겼죠. 얼마 전에 친구들과 강원도로 놀러갔어요. 생각이 나서 목장에서 뛰어노는 양을 보고는 어떻게 우나 들어봤죠. 양은 이렇게 울고 있었습니다. "야-앙"

▶김나영=호주에서 중학교 다닐 때였어요. 학교에서 캠프를 간 적이 있었어요. 저녁식사로 스테이크가 나왔는데 한참 먹다가 냄새가 이상해서 물어보니 양고기라는 거예요. 양고기라는 소리를 듣고는 그냥 빵과 샐러드만 먹었던 기억이 나요. 제가 양띠어서 그랬는지 기분이 이상했어요. 그 이후부터 양고기를 먹지 않고 있어요. 소띠인 사람들은 소고기를 잘 먹는데.

▶배형식=아마 양띠만큼 격동의 시기를 겪은 사람도 없다고 봅니다. 교복 자율화.민주화 운동.학력고사 등 과도기에는 항상 양띠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좋게 얘기하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얻을 수 있었고, 좀 나쁘게 얘기하면 도대체 바람잘 날 없는 양띠였습니다.

*** 희망

12년, 24년 뒤에 양띠 해가 온다. 변해있을 자신의 모습은.

▶김나영=12년 뒤에는 좋은 엄마, 좋은 아내, 그리고 좋은 직장 동료가 돼 있을 것 같네요. 12년 후에는 제가 하고 있는 분야에서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저 사람에게 일을 맡기면 똑 소리나게 처리한다'는 말을 듣겠다는 것이죠. 앞으로 많은 노력을 해야 겠죠. 24년 뒤의 모습은 12년 뒤에 다시 생각해 볼래요.

▶김지인=12년 뒤에는 일단 36살이네요. 아마도 인정받고 능력있는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플래너가 돼 있을 것 같아요. 마케팅이라는 자체를 너무 사랑하고 아끼는 저로서는 24년 뒤에도 그런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겠죠. 멋진 회사를 경영하면서 사회의 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엔터테인먼트 마케터가 돼 있을 겁니다.

▶배형식=나이드는 것이 싫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네요. 12년 뒤에도 두산에 계속 근무한다면 임원이 돼 있을 겁니다. 중간에 회사를 그만둔다면 아내와 같이 새로운 일을 하면서 인생을 즐기고 있겠죠. 24년 뒤에는 아마 과학기술의 발달로 더 젊어져 있을지 모르겠네요.

▶노은정=박사 과정에 진학해 12년 뒤에는 대학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겠죠. 24년뒤에는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책을 쓰거나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일을 하고 있을 겁니다.

<사진설명 (왼쪽부터)>

★김지인(24.다음커뮤니케이션 마케팅 기획자) ▶홍익대학교 광고홍보학부(조선해양공학과 복수전공) 졸업 ▶입사:2001년 4월 ▶가족:부모님과 2남 중 장남

★노은정(36.신세계 경영지원실 유통산업연구소장) ▶중앙대학교 일문학과 졸업 ▶입사:1989년 1월 ▶가족:부모님과 1남3녀중 셋째

★배형식(36.두산 전략기획본부 홍보팀 과장)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입사:1993년 12월^가족:아내와 딸.아들

★김나영(24.알리안츠생명 재무관리부 사원) ▶뉴 사우스 웨일스대학(호주) 경영학과 졸업 ▶입사:2001년 3월 ▶가족:부모님과 1남1녀 중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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