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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이퍼텍 나다' 김난숙 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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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장이 열린다. 이른바 예술영화 전용관이다.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이충직)는 하이퍼텍 나다.미로스페이스.광주극장 세 곳을 예술영화관으로 지정, 상업성이 빈약한 예술영화의 진흥에 나섰다.

종전에도 문예진흥기금을 환급받는 예술영화관은 있었으나 새해부터는 영진위가 전년도 객석 점유율의 최대 50%에 해당하는 관람료 수입을 지정극장에 지원한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쉽게 말해 예술영화를 트는 극장에 국고가 투입되는 것이다. 1997년부터 예술영화관을 운영해온 하이퍼텍 나다의 김난숙(37.사진) 영상팀장을 만나 이번 지원책의 기대 효과를 들어봤다.

-뭐가 달라지는 건가.

"경영의 숨통이 트였다. 예술영화를 안정적으로 상영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하이퍼텍 나다의 경우 2년 연속 1억원이 넘는 적자가 났다."

-지원 조건은 어떤가.

"연간 상영 일수의 5분의 3 이상 예술영화를 상영해야 하다. 스크린 쿼터(연 1백46일)도 지켜야 한다."

-문제는 예술영화가 적다는 거다.

"인정한다. 특히 요즘 영화 투자가 위축돼 예술영화가 더 큰 타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 저예산 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지난해에도 '로드 무비''죽어도 좋아''동승' 등 다양한 작은 영화가 나왔다. 일단 장이 선 만큼 예술영화가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한다."

-프로그램 운영도 달라지겠다.

"아무래도 한국 영화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 영진위도 이 점을 유의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됐던 '작은 영화 살리기' 같은 인위적 운동이 예술영화관 활성화로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관객이 그만큼 따라올까.

"나다의 고정 회원은 1천명이다. 많지는 않지만 매년 조금씩 늘고 있다. 지난해 개최했던 프랑수아 오종.장 뤼크 고다르 영화제 등은 예상밖의 성공을 거뒀다. 수요가 있다는 뜻이다. 농담이긴 하지만 스크린 쿼터를 지키기 위해 지난해 6월 상업영화 '라이터를 켜라'를 1주간 상영한 적이 있는데 우리 인터넷 게시판에 불이 났다. 그러고도 예술영화관이냐고 질타하는 소리였다. 관객은 무섭다."

-하지만 외국 작가 영화는 대개 '즉사'했다.

"아직도 많은 관객은 예술영화를 숙제하듯 몰아 보는 경향이 있다. 영화제는 살고 개별 영화가 죽은 건 그런 영향 탓이다. 그래도 관객의 저변 확대는 희망적이다."

-과제가 있다면.

"극장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일이다. 우리가 상영하면 관객이 믿고 올 만큼 작품을 엄선해야 한다. 편당 평균 3천명의 관객이 든다면 예술영화를 지속적으로 상영할 수 있는 구조가 정착될 수 있다. 현재는 2천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당국에 바란다면.

"심의기준 완화다. 저예산 작가영화를 상업영화의 틀로 재단하면 곤란하다. 예술영화관의 목적이 다양한 영화, 색깔 있는 영화를 살리자는 뜻인 만큼 심의 잣대도 유연해져야 한다."

글=박정호,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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