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마들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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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가 소설을 읽는다고…." 영화 '마들렌'의 소설가 지망생 지석(조인성)에게 주위 사람들은 이렇게 혀를 찬다. 문자향보다 영상미학에 탐닉하는 젊은 세대에게 지석은 별종이다.

이 말을 살짝 바꿔 "요즘 누가 청춘 멜로 영화를 본다고…"라고 할 법하지 않을까. 확실히 요즘 관객의 취향은 신나는 엽기 코미디지 '낯 간지러운' 청춘 멜로는 아닌 것 같다.

'마들렌'은 액션 팬터지와 코미디가 점거한 연초 극장가에서 별종이다. 조인성과 신민아라는 잘 나가는 청춘 스타를 내세웠지만 '순수함'이라는 코드는 그리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고교를 졸업하고 미용사의 꿈을 이룬 희진(신민아)은 우연히 미용실에 들른 중학교 동창 지석에게 한달 동안 '계약 연애'를 제의한다. 내건 조건은 '서로에게 1백% 솔직하기, 한달이 지나기 전에는 누구도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지 않기, 한달이 지나면 멋지게 헤어지기'다. 지석과 희진은 비오는 날 자전거 타기 등의 '추억 만들기'를 통해 서서히 가까워진다.

그럭저럭 깜찍하게 전개되던 영화가 흐트러지는 것은 희진이 전 애인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발견했을 때부터다. 갑자기 임신이 끼어드는 것도 거북한데다 '계약 연애'를 주장하던 당돌한 신세대 희진이 아이를 낳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등 캐릭터의 일관성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힘을 잃는다. 문어체 같은 일부 대사도 발랄하고 깔끔해야 할 청춘 멜로의 뒷덜미를 붙든다.

지고지순한 남자친구 역을 맡은 조인성이 그나마 이 영화를 보러온 여성 관객을 사로잡을 듯하다. 지석은 "보긴 범생이지만 여기저기 다듬으면 보이 프렌드로 쓸 만하겠어"라는 희진의 대사처럼, '저런 남자친구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캐릭터다.

딴 남자의 아이를 가진 희진에게 병원에 같이 가주겠다고 할 만큼 비현실적이긴 하지만….'퇴마록'을 만든 박광춘 감독의 두번째 영화다. 1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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