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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생명체 창조 시동

중앙일보

입력

과학자들이 지구상 생물의 유전정보와는 완전히다른 유전정보를 가진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는 연구에 착수했다고 뉴욕 타임스가24일 보도했다.

이런 생명체를 창조하는 데에는 DNA에 새로운 유전암호를 넣거나 새로운 아미노산으로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이 사용된다. 과학자들은 이런 생물체가 새로운 생화학공정 연구와 기존 생물체가 만들 수 없던 의학.전자 재료를 생산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는 현재의 유전공학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현재의 유전공학 기법은 기존 DNA나 단백질 순서를 바꾸거나 한 생물체의 DNA를다른 생물체로 옮기는 것이지만 새로운 DNA나 단백질 요소를 추가하는 데는 유전암호를 완전히 새로 써야 한다.

이런 기술은 5-10년 후에야 실용화될 것으로 보여 아직은 논란의 대상이 되지않고 있지만 새로운 윤리논쟁과 안전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스크립스연구소의 플로이드 롬스버그 조교수(화학)는 "자연을 모방하려는 게 아니라 자연을 보충하려는 것"이라며 "우리는 유전암호의 범위를 확장하려고 노력하고있다"고 말했다.

지구상에는 효모에서 인간까지 매우 다양한 생물이 있지만 이들의 유전암호는모두 `염기''로 불리는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 등 4가지의 DNA화학단위로 구성된다.

3가지 염기가 합쳐지면 아미노산이 되고 아미노산이 구슬처럼 엮여 단백질이 된다. 거의 모든 생명체의 단백질은 모두 20가지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유전암호는 20개의 아미노산이라고 하는 단어를 만드는 4가지 문자라고할 수 있다. 어휘가 제한돼 있기는 하지만 이들 단어들은 다양한 문장과 문단을 만들어 생명체의 특성을 결정하는 것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유전 문자나 단어를 더 많이 만들어내면 생물체가 더 다양한기능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공대(CalTech)의 데이비드 A. 티렐 교수(화학 및 화학공학)는 미생물을 이용해 20개의 아미노산 중 하나를 인공 아미노산으로 대체하는 방법으로 테플론처럼 달라붙지 않는 성질의 단백질을 만들었다. 그는 이런 단백질이 미래에 인공 혈관을 만드는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완전히 다른 유전암호를 가진 생명체는 지구상의 생물체와는 다른형태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이런 연구의 목표 중 하나는 지구 밖에서는 어떤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지를 밝히는 것이기도 하다.

박테리아가 새로운 아미노산을 이용해 단백질을 만들게 하는 방법은 박테리아에천연 아미노산과 비슷한 인공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있는 먹이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박테리아들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인공 아미노산을 이용해 단백질을 만드는식으로 변하게 된다.

텍사스대 앤드루 앨링턴 교수(화학 및 생화학)는 이런 방법으로 20개의 아미노산 중 하나를 인공 아미노산으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또 스크립스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지난 4월 20일자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유전암호를 확장하는 연구에 관한 논문 2편을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연구팀은 한 논문에서 단백질 형성과정의 오류를 바로잡는 효소가 기능을 하지못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해 인공 아미노산이 포함된 단백질을 만들어냈다고 밝혔으며다른 논문에서는 20개의 아미노산 중 하나를 인공 아미노산으로 대체하는 대신 21번째 아미노산을 도입하는 방법으로 방법을 소개했다.

새로운 생명체 창조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그런 미생물이통제불능 상태가 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한다. 현재 개발된 인조 아미노산을 이용하는 박테리아는 자신이 살고 있는 숙주에서 그 아미노산을 얻어야 하며 숙주 밖으로나가면 바로 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안전문제 제기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조너선 킹 교수(분자생물학)은 "이것은 매우 강력한 기술"이라며 "강력한 기술에는 반드시 적절한 감시와 통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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