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안 피우고 혈압 정상인데 보험료 할인 왜 안 해주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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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금연에 성공한 김모(41)씨는 최근 보험사로부터 100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환급받았다. 병원 검진 결과 ‘건강체’ 판정을 받아 지금까지 낸 보험료 중 일부를 돌려받은 것이다. 건강체란 담배를 피우지 않고, 혈압·비만지수 등이 정상인 사람을 지칭하는 보험 용어다. 이들은 비(非)건강체(표준체)에 비해 사망률이나 질병 발생률이 낮기 때문에 주요 보험사는 ‘건강체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김씨는 “우연히 건강체 할인 제도를 알게 돼 신청했는데, 보험료를 돌려 받았을 뿐 아니라 앞으로 내야 할 보험료도 할인됐다”며 “ 왜 가입할 때 이런 제도를 알려주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웰빙·힐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흡연율이 줄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건강체 할인 혜택을 받는 보험계약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보험사가 보험 계약을 할 때 이를 알리지 않기 때문이다.

 24일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한화·삼성·교보·신한·미래에셋생명 등 5대 생명보험사의 건강체 할인 계약자 비율은 평균 3.7%에 불과했다. 한화생명은 건강체 할인특약 대상인 293만8130계약 가운데 불과 0.6%(1만6745계약)만 건강체 할인 혜택을 주고 있었다. 미래에셋생명도 이 비율이 1.9%로 매우 낮았으며, 교보·신한생명도 5%를 넘지 못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회사마다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1년 이상 담배를 피우지 않고 ▶혈압 수치가 90~140mmHg이며 ▶BMI(체질량지수·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17~26㎏/㎡이면 건강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일반인의 20~30%가 이 조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부회장은 “보험에 가입하는 고객의 약 30%는 건강체 판정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보는데, 건강체 할인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다 보니 할인 비율이 극도로 낮게 나오는 것”이라며 “보험료 할인받는 고객이 많아질 것을 우려한 보험사가 이를 알리기를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건강체로 판정받게 되면 남성의 경우 보험료의 6.8~12.5%, 여성의 경우 2.9~4.2%를 할인받거나 환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혜택이 제법 짭짤한 편이다. 하지만 반대로 보험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고객으로부터 받게 되는 돈이 줄어들기 때문에 손해를 보게 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건강체 할인제를 아예 적용치 않는 보험상품도 많아지고 있다.

 보험사가 건강체 할인 금액을 보험설계사 수당에서 떼는 관행도 건강체 할인을 막는 걸림돌이다. 설계사 입장에선 고객에게 할인해주는 만큼 손에 쥐는 수당이 줄어드는 셈이다. 한 생명사 지점장은 "사실상 개인사업자인 설계사에게 자신의 수입을 줄이면서까지 이를 홍보하라고 지시하기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민병두 의원은 “금융 당국의 홍보 부족과 돈벌이에만 치중하는 생보사 때문에 국민의 혜택이 줄고 있다”며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서라도 권장해야 하는 제도인 만큼 홍보를 강화하고, 수당 체계를 개선하는 등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체 ‘우량체’라고도 한다. 담배를 피우지 않고, 혈압·비만지수가 정상인 건강한 사람을 뜻하는 보험용어다. 생명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회사는 가입자를 건강상태에 따라 건강체·표준체·거절체로 구분하고 있다. 보험상품·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우량체는 사망률이나 질병 발생률이 낮기 때문에 보험료 할인혜택을 주는 게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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