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생명공학현장] 유전자지도 ⑦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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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게놈지도 완성으로 발전의 속도를 높이고 있는 생명공학 벤처기업들이 서서히 첨단산업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복제와 게놈지도 등 생명공학과 관련해 불고 있는 바이오벤처 바람은 너도나도 황금을 찾아 `서부로 서부로'' 향하던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대이동을 연상시킬만큼 거세고 어쩌면 무모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생명공학은 서부 개척시대의 황금 열풍이 황금을 캔 사람은 물론 황금 채굴 장비업체와 금광 주변 개발에 기여, 경제를 발전시킨 것보다 훨씬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미래 중추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런 전망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인간 게놈지도 연구 국제 공공컨소시엄인 인간 게놈프로젝트(HGP)와 생명공학 벤처기업 셀레라 제노믹스(Celera Genomics)가 인간 게놈지도 완성을 발표한뒤 바이오벤처 열풍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특히 HGP 연구원 출신인 크레이그 벤터(53) 박사의 창의력과 염기서열 분석기생산업체인 퍼킨 엘머(PE)가 결합해 1998년 설립된 셀레라는 단 3년만에 30억 쌍의인간 게놈 염기 서열을 분석해 생명공학 벤처의 대명사가 됐다.

그러나 셀레라는 높은 지명도에 비해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 측면에서는 아직 성공 여부를 점치기 힘든 벤처기업이다.

셀레라는 지난 3월 현재 9개월 간 매출이 6천200만 달러로 전 회계연도 같은 기간(2천770만 달러)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아직 매출이 투자와 비용을 따라오지 못해 같은 기간에 적자 또한 6천780만 달러에서 8천450만 달러로 증가했다.

하지만 셀레라는 자체 사업모델의 수익성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셀레라의 폴 길먼 정책기획실장은 "우리는 우선 인간과 생쥐, 식물 등의 게놈정보와 분석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바이오 정보기업을 지향하고 있으며 이 부분의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게놈과 유전자 데이터 등 바이오 정보를 생산, 가공하는 것은 미래 바이오산업의 기초"라며 "우리는 이를 토대로 질병유전자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신약을 개발, 생산하는 데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셀레라가 비교적 근래 벼락 스타가 된 경우라면 일찌감치 제약분야에 뛰어들어이제는 다국적 제약업체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미국의 암젠(Amgen)''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오 벤처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

`세포생물학과 분자생물학 발전을 토대로 한 저렴하고 효과적인 질병 치료법 개발과 생산''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1980년 캘리포니아 사우전드오크스에서 출범한 암젠은 빈혈치료제 에포젠(Epogen) 등 연매출 10억 달러 이상의 `대박''을 잇따라 터뜨리며 직원 6천400명, 연 매출 34억3천300만 달러의 대기업으로 발전했다.

암젠 외에도 연간 매출액이 5억 달러를 넘는 제약 바이오벤처는 젠엔텍(14억1천400만 달러), 바이오젠(8억2천500만 달러), 젠자임(7억7천700만 달러), 알자(7억6천300만 달러), 카이론(6억8천400만 달러) 등 미국에만 10여 개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게놈 관련 바이오산업은 염기서열 정보를 생산하는 시퀀싱에서 유전자 기능 규명, 신약 탐색 및 개발 등이 계열화를 이루고 여기에 각 단계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업체가 어우려져 거대한 산업군으로 발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바이오벤처가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야는 제약 및 질병치료가꼽히고 있으며 특히 게놈지도 완성은 신약개발 분야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전망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의 밀레니엄 파머수티컬(Millenium Pharmaceuticals)과 메릴랜드 록빌의 휴먼게놈사이언스(HGS)다.

1993년 설립된 밀레니엄과 1992년에 설립된 HGS는 유전정보를 적극 활용하는 첨단기술로 신약을 개발, 이미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시판허가를 받았거나 여러 개의 신약에 대해 동시에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세계가 이들을 주목하는 것은 바로 혁신적인 신약개발 과정 때문이다. 기존 제약회사들이 신약을 개발, 시판하는 데는 약 5억 달러의 비용과 15년이 걸리지만 밀레니엄사는 게놈 정보를 활용하면 신약 개발 비용과 기간은 절반으로 줄이면서 더욱효과적인 약을 개발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밀레니엄사에서 신약 탐색 연구를 하는 홍석봉 박사는 "게놈 정보를 활용하면질병에 관련된 유전자를 찾고 그 유전자의 작용을 억제 또는 활성화하는 의약물질의개발과 부작용 확인까지 신약개발 과정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많은 바이오벤처들이 언제 손익분기점을 넘어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것인가에 대해서는 적어도 수년 이내에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며 바이오벤처들도 이를 인정하면서 장기적인 투자와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셀레라 제노믹스 폴 길먼 정책기획실장은 "셀레라는 현재 재정상태로만 보면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는 기업이지만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꾸준히 사업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장기적 전망에 따라 자금을 투자하는 투자자들 덕분"이라며장기적인 투자와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게놈지도가 완성되고 일부에서 바이오정보사업의 수익성에 의문을제기하는 지금도 투자자들이 계속 셀레라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하는 것은 바이오산업이 미래 경제의 중추로 떠오를 것을 염두에 둔 셀레라의 사업계획이 그만큼 타당성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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