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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년만에 연기 재개한 김진아

중앙일보

입력

"연기가 몸에 익을만하니까 촬영이 끝나더군요.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일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 본격적인 연기활동에 나서고 싶어요." 50~60년대 한국영화계의 톱스타 김진규씨의 딸로 잘 알려진 영화배우 김진아(38)가 3년만에 연기활동을 재개한다. KBS가 방송의 날 특집으로 오는 9월 3일부터 방송예정인 4부작 특집드라마「사랑」(극본 정지우. 연출 이덕건)을 통해서다.

「사랑」은 어려서 절에 버려진 한 남자가 소년, 청년, 중년기를 거치면서 만나게 되는 세 여자와의 인연을 통해 사랑의 고귀함과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의 드라마. 탤런트 김규철이 주인공 선재역을 맡았다.

김진아는 선재가 중년에 만나 인연을 맺게 되는 동두천 기지촌의 창녀, 마릴린으로 이 드라마의 3,4부에 출연한다. 미군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버지가 다른 혼혈아 3명을 키우고 있으며, 순탄치 않은 인생역정 때문에 거칠기 짝이 없는 여자다.

"제가 나오는 장면의 90% 정도가 술에 취한 모습이에요. 망가지고 흐트러진 모습으로만 등장한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마릴린은 마지막에 미군에게 강간당하는 자신의 딸을 구하려다 미군에게 칼로찔려죽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김진아는 우리 현대사의 질곡을 짊어진 듯한 마릴린을 연기하면서 "무척이나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주변의 여건이 이 여자의 삶을 가파른 비탈길로 내몰고 있는 것이죠. 망가질대로 망가진 인생이지만 마음 속에는 순수한 순정이 남아있는 인물이라서 안타까웠어요."

오랜만의 촬영에 어려운 점은 없었느냐고 묻자 촉박한 일정에 따른 밤샘촬영과술취한 연기를 제대로 해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미군들과 우격다짐도 마다하지 않는 억센 여자로 나오기 때문에 촬영 도중, 눈에 멍이 드는 등 여기저기 많이 다치기도 했다고.

"개성있는 얼굴이라 그런지 항상 강한 캐릭터의 인물을 연기하게 되요. 데뷔작에서부터 복귀작까지 하나같이 그렇더라구요."

김진아는 지난 83년 영화「수렁에서 건진 내 딸」로 데뷔했다. 당시 19세였던그는 감독들한테 '캐스팅하기 어려울 정도로 희한하게 생겼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고. 툭 튀어나온 광대뼈, 까만 피부, 이국적인 이목구비 때문이었다. 김진아는"최근처럼 개성있는 얼굴이 환영받는 시절이었으면 배우 생활이 좀 더 평탄했을 것같다"고 아쉬워했다.

김진아가 한 동안 공백기를 갖게 된 계기는 지난 98년 아버지 김진규씨의 타계.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더 많이 쌓여간다"며 "항상 지갑에아버지 사진을 넣고다닌다"고 말했다.

"이번 드라마 촬영이 전라도 군산에서 이뤄졌거든요. 그런데 촬영장 근처의 대흥여관이라는 곳이 아버지가 영화촬영을 하실 때 항상 머무르시던 곳이라고 하더라구요. 동네 어르신들이 저만 보면 김진규 딸 왔다고 이야기하셔서 아버지 생각을 많이 하게됐어요."

김진아는 지난 해 10월 미국인 남편과 결혼해 행복한 가정생활을 해나가고 있으며, 남북합작영화「아리랑」을 추진하고있는 영화기획사 NS21의 회장인 어머니 김보애씨의 비서역할에도 충실하다. 또한 최근에는 '한국 사랑의 집짓기 운동' 해비타트의 홍보이사로도 활동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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