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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뇌관' 현대캐피탈 행보에 배구계 촉각

중앙일보

입력

현대자동차 남자배구팀이 계열사 현대캐피탈로 간판을 바꿔달면서 잠잠하던 배구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국보급' 거포 이경수(한양대)를 잡느냐를 놓고 `안개속' 행보를거듭하자 삼성화재, 대한항공, LG화재 등 세 팀이 촉각을 곤두 세운 채 이미 대책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 등 세 팀이 부심하는 것은 해체-인수-창단 과정에 대한 대한배구협회의 규약이 엉성하기 때문. 인수는 회사 이름만 바꾸는 것 밖에 달라지는 게 없지만 만일 현대캐피탈이 인수 대신 창단을 선언, 기존 자동차팀이 자동 해체될 경우 상황은 매우 복잡해진다.

협회 규약은 "해체팀 선수는 드래프트를 통해 다른 팀에 배분된다"고 명시, 캐피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캐피탈이 팀 창단에 따른 대학팀 2곳에 대한 지명권을 쥔 뒤 나아가 후인정, 방신봉, 이인구, 이호 등 해체된 현대자동차 선수들에 대한 `갈라먹기' 드래프트에 뛰어든다고 하면 협회나 다른 팀이나 이를 제지할 수단이 없다.

비록 전례가 없는 편법이지만 5년 연속 삼성화재의 벽을 넘지 못한 현대로서는 자존심 회복 차원에서 충분히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묘안인 셈이다.

그러나 현대가 과연 이경수 하나를 잡기 위해 지금까지 공들여 키워온 대표급선수들을 과감히 정리할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때문인지 캐피탈 관계자는 "아직 결론이 난 게 없고 밝힐 입장도 못 된다"며 "어떻게 팀을 만들 지는 내부 조율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측은 "만일 현대가 해체, 창단 과정을 밟을 경우 논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전제한 뒤 "현대가 `무리수'를 택하면 우리에게 적용됐던 것처럼 3라운드부터 드래프트에 들어오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98년 최태웅, 명중재, 장병철, 석진욱 등 당시 4학년 유망주들을 죄다스카우트했다가 2년 연속 드래프트 1,2라운드 지명에서 제외됐었다.

협회 관계자는 "새 팀이 창단되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현대로부터 공식 입장을 통보받는 대로 논의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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