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격 인사…MK 친정 체제로 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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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의 이번 전격 인사는 정몽구 회장의 '친정체제' 구축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鄭회장은 현대그룹에서 분리한 후 자동차 그룹의 경영 사정이 크게 호전되자 이에 자신감을 갖고 본격적인 자동차그룹 정비에 나선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鄭회장은 특히 자동차그룹 출범 이후 현대차 사장을 맡아왔던 이계안 사장의 공로를 인정해 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현대캐피탈을 맡겨 현대차그룹의 금융부문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을 내비쳤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현대차그룹 내 양축이랄 수 있는 옛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출신과 옛 현대정공 출신 인사들간의 갈등도 이번 전격 인사의 한 배경이 됐을 것이란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강화될 정몽구 회장의 친정체제=鄭회장은 최근 세계 자동차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되자 새로운 도약을 위해선 그룹 내 정비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한 측근은 인사배경을 밝혔다. 특히 자동차 판매에서 금융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 부분을 보강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것.

또 계열분리 후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영실적이 크게 좋아진 것도 자신감을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자동차그룹의 창업공신이랄 수 있는 이계안 사장을 금융 계열사로 전진배치해 금융쪽에 무게를 싣겠다는 복안이다.

또 현대차써비스 출신인 이상기 현대캐피탈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이계안 회장과 함께 금융부문을 이끌도록 했다.

이번에 새로 현대차 사령탑을 맡게 된 김동진 사장은 정몽구 회장이 예전부터 관할해왔던 현대정공에서 잔뼈가 굵은 鄭회장의 심복이자 전문경영인으로서 그동안 취약했던 상용차 부문을 키운 공로를 인정받아 이번에 총괄사장을 맡게됐다.

◇ 내부 갈등설=한편에선 이계안 회장의 자동차 사장 경질은 오래 전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끊임없이 나돌았던 이계안 사장의 경질설은 올초 정몽구 회장이 직접 나서 "李사장을 중심으로 단합하라" 는 지시를 내림으로써 일단락되기도 했다.

李회장은 鄭회장과 오랜 기간 함께 동고동락하던 현대모비스(옛 현대정공)출신 인사들과 긴장관계를 보여온 것으로 재계는 분석하고 있다.

즉, 현대차 그룹 내에는 옛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출신과 옛 현대정공 출신의 세력구도로 자연스럽게 분류됐다는 것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현대정공 출신들이 현대모비스.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의 핵심보직을 모두 장악했으나 현대차만은 현대 종합기획실 출신이 남아 있어 긴장관계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인사에서 과거 현대그룹의 종합기획실에 함께 있던 노정익 현대캐피탈 부사장과 김원갑 전무가 함께 사표가 수리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李회장은 경복고.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현대그룹 종합기획실장을 지냈고 99년 1월 현대차사장에 올랐다. 당시 48세였던 李사장은 정몽구 회장의 경복고 후배라는 점도 등에 업어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보였었다.

김태진 기자 t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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