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메가 D램 조기퇴출

올해초 64메가 D램의 뒤를 이을 주력 메모리제품으로 부상한 128메가 D램이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시장에서 퇴출당하게 됐다.

2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말 128메가 D램과 256메가 D램의 `비트크로스''가 일어나도록 하겠다고 20일 기업설명회에서 전격 발표했다.

비트크로스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반도체의 비트당 가격이 역전되는 현상으로 통상 반도체 주력제품의 세대교체를 의미한다.. 현재 256메가 D램의 가격은 개당 5달러 선으로 128메가 D램(1.7달러 선)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지만 연말까지 256메가 D램의 원가경쟁력을 끌어올려 수익성이 128메가 D램보다 낫도록 만들겠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당초 내년 2.4분기로 예정했던 회로선폭 0.12㎛ 공정기술도입을 올 4.4분기로 앞당기기로 했다. 회로선폭이 미세해질수록 원가경쟁력은 높아지게 된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현재 15% 수준인 256메가 D램 생산비중을 연말께 30% 가까이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이닉스반도체도 현재 8% 수준인 256메가 D램 생산비중을 연말께 20%이상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박종섭 사장은 지난 19일 컨퍼런스 콜에서 "앞으로 생산의 초점을 64.128메가 D램에서 256메가 D램으로 이동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 인피니온과 일본 NEC-히타치 합작사인 엘피다메모리도 내년 신규가동할 공장의 생산라인을 256메가 D램 제품위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128메가 D램은 실리콘 사이클(반도체 경기순환 주기)상 과도기적 형태로 개발된일종의 `변종''제품이다. 반도체 세대교체가 `4배수 법칙''에 따라 1→4→16→64 →256 등의 발전경로를 보이고 있는데 현 64메가 D램에서 256메가 D램으로 도약하기까지시장수요가 발전속도를 따라잡지 못함에 따라 파생적으로 개발된 것이다. 작년말부터 펜티엄IV 등 신규 PC에 활용할 목적으로 본격 출시됐으나 PC시장의 장기불황으로가격폭락세가 지속되면서 단명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128메가 D램의 일부 제품은 `틈새시장'' 공략 차원에서 당분간 효용성이있을 것이란게 업계관계자들의 분석. 특히 램버스 D램과 DDR SD램 매출호조를 예상하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까지 128메가D램의 생산비중을 40-50%선으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