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피랍 외교관 도재승 검객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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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회교 과격단체 무장괴한에게 납치돼 1년9개월 간 억류됐다 풀려났던 도재승(59)씨가 검도 사범이 됐다.

검도 공인 6단인 도씨는 지난해 인도 뭄바이 총영사 직을 마지막으로 정년퇴임한 뒤 서울 서대문로터리 근처 세검관(관장 이한식)에서 1백여명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잠실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전국 사회인 검도대회 노장부(50세 이상)에 출전해 네 판을 내리 이겨 8강까지 진출했다. 1백1명의 출전선수 중 그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별로 없었다.

도씨는 경기가 끝난 뒤 "연습을 많이 못해 2회전 정도만 통과해도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운이 좋았다" 라고 겸손해 했다.

고등학교 때 특별활동으로 검을 처음 잡은 도씨는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길러주고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검도의 매력에 빠져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도 검을 놓지 않았다.

그는 86년 피랍 당시를 회고하면서 "괴한들은 2~3개월 마다 거처를 옮겨 다녔다. 한 곳에 좀 적응할 만하면 눈을 가리고 몇 시간을 자동차로 달린 뒤 내려놓곤 했다. 그 때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안감과 공포에 시달렸다. 검도로 단련한 체력과 정신력이 없었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도씨는 "요즘 젊은이들이 버릇이 없고 인내심이 부족해 힘든 것을 잘 못견딘다고 하는데 검도를 수련하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며 검도의 장점을 은근히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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