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발 전세난 수도권 남부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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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서울 강남권 전세시장이 대규모 재건축 단지의 이주 본격화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단지의 경우 올 초보다 최고 1억원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권의 영향을 받아 주변 수도권 지역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가파르게 오르는 보증금을 감당하기 버거워진 세입자들이 싼 집을 찾아 분당·판교 등지로 밀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한신) 1차 아파트 단지 안 상가. 수십개의 중개업소들은 전셋집을 알아보려는 세입자들의 문의전화로 분주했다. 올 연말부터 이주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전셋값이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알아보려는 수요자들이 많아서다.

서울 강남권 최고 1억원 이상 급등

실제로 신반포 1차 주변 아파트인 반포주공1단지 전용 84㎡형의 전셋값은 현재 4억8000만~5억1000만원으로 올 초에 비해 1억원 이상 급등했다. 반포동 A공인 관계자는 "지난 주보다 1000만~2000만원 가량 오른 가격"이라며 "물건이 나오면 바로바로 계약이 되면서 가격이 계속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잠원동 일대 아파트 전셋값도 주택형에 따라 올들어 4000만~8000만원 가량 뛰었다. 잠원동 K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이주 수요에 기존 세입자의 재계약이 이어지고 신혼부부 수요 등 신규 수요까지 몰리면서 값이 오르고 있다"며 "잠원동 전세 매물이 귀해지자 인근 압구정동으로 전세난이 번지면서 압구정동도 3000만~~5000만원 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단일 재건축 아파트로는 최대 규모인 가락시영(6600가구) 아파트도 이주가 본격화하면서 인근 아파트 전셋값도 들썩이고 있다. 오금동 혜성공원 아파트 전용 85㎡형은 한달새 2000만~3000만원 가량 올라 1억7000만~1억8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낡은 아파트의 전셋값도 영향을 받고 있다. 둔촌동 둔촌주공3단지(고층) 전용 84㎡형은 한달 전보다 2000만원 가량 올라 2억4000만원까지 호가하고 있다.

둔촌동 B공인 관계자는 "가격이 올라도 물건이 많지 않아 근처 다가구·다세대 전셋집도 2000만~5000만원씩 크게 올랐다"며 "이주비를 지원받는 조합원들이야 근처에서 집을 구할 수 있다지만 세입자들은 기존 보증금으로는 집을 구하기 어려워 성남이나 구리 쪽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분당이나 판교 등 수도권 일대로 거처를 옮기고 있다.

하지만 이미 전셋값이 크게 뛴 데다 물건도 많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여서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한 수도권 지역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분당 이매동 청구아파트 전용 59㎡형은 한달 새 1000만~2000만원 가량 올라 2억3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고, 판교 백현마을 7단지 전용 84㎡형의 전셋값은 4억6000만~4억8000만원 선이다.

판교 C공인 관계자는 "분당에선 전용 59㎡형 전셋집은 씨가 말라 구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판교에서도 중소형 전셋집은 구하기 어려워 가격이 비싸도 세입자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계약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당분간 전셋값 상승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연말까지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가 많지 않아서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에 따르면 올해 4분기(10~12월) 서울의 입주 아파트가 크게 줄어 1000가구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천이나 부천 등지에서는 여전히 1억~2억원대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 과천주공1, 6, 7단지의 경우 1억원대에 전셋집을 구할 수 있고 3단지도 2억원대에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

별양동 D공인 관계자는 "과천은 강남이나 서울 도심권으로의 출퇴근이 편해 전통적인 주거지로 꼽히는 곳이지만 아직까지 전셋값이 크게 오른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개통이 코 앞으로 다가온 지하철 7호선 연장선 인근 단지도 눈여겨 볼만 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새로운 교통망이 확충돼 교통환경이 개선된 곳이나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덜 오른 곳을 찾아 전셋집을 선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서울 강남발 전세난이 수도권 남부로 번지고 있다. 사진은 판교신도시 전경으로 분당과 판교신도시의 전셋값이 최근 강남권 전셋값 급등 영향으로 크게 뛰고 매물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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