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마이크로소프틱스'와 '리눅스틱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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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적 기업들의 성공 요인과 정치 지도자들의 성공 요인은 일치한다"

「마이크로소프틱스(Microsoftics)」(동방미디어.안병진 지음)는 미국의 주류비즈니스와 주류 정치에 담긴 ''공통적인 성공 원리''를 뽑아내 제시한 책이다.

''마이크로소프틱스''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정치(Politics)''의 합성어. 여기서 ''마이크로소프트''란 미국의 특정 소프트웨어 회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코카콜라, 맥도널드, 바디샵 등 21세기의 특성을 남들보다 잘 인식해 효과적으로 상품화한 대기업군 전반을 지칭하며, ''정치''도 협의의 정치 과정만이 아닌 기업조직이나 사회 전반의 작동방식을 선도하고 규정하는 리더십을 의미한다.

일류 기업들이 소비자의 욕망과 가치개념을 파악해 상품화하고 시장을 선점하듯이 정치 지도자들은 유권자의 욕망과 가치를 토대로 하는 정책 상품을 내놓고 권력을 추구한다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틱스''의 개념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양당정치의 작동원리였던 ''진보 대 보수''의 당파적 구분은 사라지고, 1990년대 중반 이후 ''변화 대 안정''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미국에 정착했음에 저자는 주목한다.

저자는 1996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른바 ''가치 어젠다(Value Agenda)''라는 프로그램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미국은 하나의 기업국가로 성립됐다고 규정하고,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더이상 국가적 비전을 내세우지 않고 오로지 대중의 일상적 문제 해결에 치중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클린턴 이후 미국 대통령은 ''주식회사 미국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일류 기업의 선구적 경영기법을 채택해 신자유주의와 신경제를 뒷받침할 사회의 하부구조를건설하는 데 주력하게 됐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틱스''로 대변되는 미국식 리더십이란 ▲소비자 관계 마케팅의 리더십 ▲가치의 리더십 ▲패키지 마케팅의 리더십 ▲영성(靈性) 마케팅의 리더십 ▲감성 자극의 리더십 ▲글로벌 컨설팅의 리더십 ▲글로벌 시민사회 건설의 리더십 ▲포지티브(Positive) 광고의 리더십 등 8가지. 이는 비즈니스와 정치가 서로 흡착한형태를 예증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같은 미국식 리더십의 지배적 패러다임인 ''마이크로소프틱스''에 대항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태동과 흐름에 주목한다. ''리눅스틱스(Linuxtics)''가 그것이다.

1960년대 사회혁명의 한가운데서 성장한 애플 컴퓨터의 스티브 우즈니악, 선 마이크로시스템즈의 빌 조이, 존 게이지 등은 평등한 의사소통과 혁명을 사무실내 컴퓨터 속에 구현하고 있으며 리처드 스톨만을 위시한 유능한 젊은이들은 소프트웨어공유 운동을 열정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1999년 세계무역기구(WTO)의 기업편향적 세계화에 반대해 벌어진 시애틀 시위는''마이크로소프틱스''의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대안적 패러다임이 미국 사회에서 성장하고 있음을 압축해서 보여 준 사건이라고 저자는 파악한다.

저자는 "''마이크로소프틱스''를 실천하는 미국 정치와 경제의 주역들이 궁극적으로 대중의 욕망과 감성을 반영하려 하기보다는 현재의 주류 시스템에 손상이 가지않는 한도내에서의 프런티어 역할만 하고 있다"고 지적, 이들을 진정한 변화와 혁명의 실천자로 보지는 않는다.

대신 "변화를 가속화하고 대중의 참여망을 확장하고 대안을 구축하고 창조적인감성을 생산하는 ''리눅스틱스''가 ''마이크로소프틱스''의 한계를 넘어설 새로운 시대정신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저자 안병진(34)은 미국 뉴욕 사회과학대학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뉴욕시 존 류(John Liu) 시의원의 정치 컨설턴트 및 계간지 「진보평론」의 해외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80쪽. 8천500원.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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