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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결함 재벌체제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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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분배, 재벌개혁, 정부 개입, 노동 참여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경제분과 위원들의 색채를 압축할 수 있는 단어들이다.

외환위기와 DJ 정부가 시작됐던 1998년 이후 이들의 발언과 기고문 등을 보면 이 같은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들은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한다고 말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분배' 쪽에 기울어 있는 면면들이다.

이동걸 경제1분과 위원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수족'"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수위가 수족인 동시에 노무현 정부의 밑그림을 짜는 '브레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철학과 생각에서 '노무현 정부의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점칠 수 있다.

또 이들이 그동안 해왔던 주장 중 상당 부분이 이미 盧당선자의 선거공약에 녹아 있다.

*** 시장경제체제

#시장 결함은 개혁해야

인수위원들은 '시장'은 만능이 아니라고 본다. 시장의 실패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교정하자는 주의다.

김대환 경제2분과 간사는 "시장경제원칙이란 것도 그렇다. 시장이란 것은 자연상태가 아니다. 세계에는 천태만상의 시장이 있다. 우리 시장은 결함이 많은 시장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재벌체제 때문이다. 결함이 있는 시장구조를 개혁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98년 1월 22일 국가개혁 토론회)고 강조했다.

金간사는 특히 신자유주의에 대해 "시장이 사회를 지배하고,고전적 자유주의마저 금기시했던 타인의 자유의 제약과 유린을 능력의 발휘로 정당화하는 신자유주의는 결코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될 수 없다"(한겨레신문 2001년 4월 25일)고 진단했다.

정태인 위원은 "정치와 경제의 진정한 개혁은 공공성을 확보해내는 데 있다. 순수한 시장 조정은 결코 사회의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 나날이 심화되는 빈부 격차가 바로 그것을 말해준다."(한겨레신문 2002년 3월 7일)고 주장했다.

#재벌체제의 문제를 없애야

인수위원들은 대부분 재벌의 폐해를 강조하며 강력한 재벌개혁을 지지하는 입장에 서 있다.

鄭위원은 "한국의 재벌문제는 재벌이라는 대기업 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재벌을 중심으로 정치.경제.사회 각 부문이 얽히고 설켜 있어서 그것은 정확히 '재벌체제'의 문제이며 그래서 개혁을 하려면 전체를 향한 '진검승부'가 필요한 것이다. …이제 정말 솔직하게 모두 나서서 '진검승부'를 벌이자"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99년 8월 23일)

그는 같은 글에서 "일인 지배체제, 선단식 경영, 금융 지배를 포기하지 않는 재벌 하나만 응징하자. 그 재벌이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1년 동안만 사지 않겠다고 발표하고 또 그렇게 하자"고 주장했다.

*** 노사관계

#노동참여형 경영이 바람직

인수위원들은 노사 문제를 노동자의 참여로 해결해가야 한다는 쪽에 서있다.

金간사는 "현재 한국 자본주의는 노동자의 참여와 창의성을 끌어내지 못하면, 사회의 민주적 발전마저 보장되지 않는다. "(한겨레 신문 97년 12월 31일)고 했다.

그는 "경제와 노동의 만남 일상화"를 주장하며 "'경제와 노동이 함께 하는' 각급의 회의체를 구성.운영하는 것이 그 기초가 될 수 있다. …헌법기관인 국민경제자문회의를 경제와 노동이 만나는 최고의 기구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겨레신문 2001년 5월 23일)고 말했다.

鄭위원은 "해고는 노동자에게 체화한 기업 특수자산의 상실이기 때문에, 대규모 실업에 따른 사회.정치적 비용이 엄청나다"면서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겨레신문 98년 7월 22일)

이정우 경제1분과 간사는 "평소 노사관계가 나쁜 기업일수록 구조조정 과정에서 진통이 크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서라도 노동배제형이 아닌 노동참여형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한겨레신문 2000년 11월 21일) 고 지적했다.

#빈부격차 확대가 문제

李간사는 "빈부격차는 주로 빈곤층의 부채증가와 부유층의 부동산 소유증가로 인해 급속히 확대됐다. …가장 효과적인 분배정의의 실현 및 빈곤퇴치 방안은 바로 경기변동을 완만하게 하고, 건전한 경제를 유지하며,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2002년 10월 4~5일 국제학술대회)고 강조했다.

李간사는 특히 "지식정보화 사회의 특징인 디지털 디바이드가 학력간.직종간 임금 격차를 다시 확대시키고 있다. 정보화 사회의 인프라 확충으로 고부가가치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존 노동력의 직업훈련과 교육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한겨레신문 2000년 8월 24일)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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