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올시즌 300홈런의 역사가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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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이름이 있는 홈런타자로서 팬들에게 기억되려면 적어도 30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는 것이 필수적인 조건이 될 것이다.

물론 로저 매리스 같이 마크 맥과이어 이전 단일시즌 최다홈런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던 선수는 최고의 홈런타자로 기억됨에도 불구하고 고작 275개의 홈런 밖에 기록하지 못했지만 이는 그 당시의 상황이 매리스를 불행하게 만들었던 데서 연유하는 것뿐이다.

1925년, 베이브 루스가 역사상 최초로 300홈런을 달성하며 메이저리그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이후 지금까지 모두 90명의 선수들이 이 기록을 달성했다. 평균적으로 보면 거의 모든 시즌에 걸쳐 300홈런 달성자가 나왔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1996년과 1998년의 두 시즌은 무려 5명의 선수들이 300홈런을 달성함으로써 현재까지 300홈런의 역사에 있어 최고의 시즌으로 기록되어 있다.

1996년 프레드 맥그리프, 배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대릴 스트로베리, 개리 가에티 등 5명의 선수들이 300홈런에 도달함으로써 데일 머피, 에디 머레이, 드와이트 에반스, 칼튼 피스크 등 4명 선수들이 300홈런을 달성했던 1987년의 기록을 넘어섰다.

그리고 2년 뒤인 1998년에도 켄 그리피 주니어, 라파엘 팔메이로, 앨버트 벨, 안드레스 갤러라가, 후안 곤잘레스 등이 300홈런을 달성하며 1996년 기록과 타이를 이루었다. 그리고 올시즌 이 기록이 다시 경신될 것 같은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이 신기록 달성의 가능성에 대한 포문을 연 것은 론 갠트(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엘릭스 벅스(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지난 6월 19일(이하 한국시간)과 20일, 갠트와 벅스는 연이틀 동안 300홈런을 쏘아 올리며 이 기록 경신에 신호탄을 쏘아올렸고 이로부터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7월 14일에는 마이크 피아자(뉴욕 메츠)가 올시즌 3번째로 300홈런 달성자가 되면서 기록경신의 가능성에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또한 현재까지 통산 299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300홈런 달성에 단 하나의 홈런만을 남겨 두고 있는 래리 워커(콜로라도 로키스) 역시 이러한 신기록 달성의 한 주인공으로 남고 싶어 한다. 워커의 올시즌 홈런수는 28개로 홈런왕을 차지했던 지난 1997년과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록 달성이란 언제나 어려움이 있는 법. 신기록 달성에 있어 필요하게 나머지 2명이 누가 되느냐 하는 것이 문제로 남아 있는데 현실적으로 보면 쉽지가 않다.

올시즌 300홈런에 접근하고 있는 선수는 리키 핸더슨(샌디에이고 파드리스,287개), 바비 보니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287개), 에릭 데이비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280개), 모 본(에너하임 에인절스,299개), 데이비드 저스티스(뉴욕 양키스,286개) 등이다.

나란히 287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대망의 300홈런까지 불과 13홈런만이 부족한 핸더슨이나 보니아는 이미 노쇠화의 기미가 역력해 이 13홈런조차 이들에게는 부담스러워 보인다. 또한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데이비스의 경우도 280홈런을 기록하고는 있지만 올시즌 홈런수가 2개 밖에 되지 않는 것을 감안한다면 300홈런 달성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신기록 달성의 가능성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선수는 두 명이 된다. 저스티스와 모 본의 두 선수가 그나마 한가닥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셈이다. 본이 기록하고 있는 통산 홈런개수는 299개로 올시즌 최초의 300홈런 달성자는 그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이 그의 올시즌 활약을 가로막았다. 부상으로 사실상 올시즌 출장이 불가능한 본이지만 후반기 단 몇 경기라도 뛸 수 있다면 그도 역시 300홈런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저스티스의 경우도 올시즌 10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14개가 더 필요한 300홈런의 가능성을 엿보이게 한다. 하지만 본이나 저스티스의 두 선수 모두 현재 부상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어 신기록 달성이 가능하게 되려면 이들의 빠른 회복이 있어야 할 것이다.

시즌 초부터 신기록들이 쏟아져 나오며 팬들을 한층 더 즐겁게 하고 있는 올시즌, 300홈런의 역사도 바뀌어 질 수 있을지도 한 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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