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온라인 인사'의 허와 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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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가 파격적인 인사 실험을 예고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조각(組閣)을 위해 공개적인 인사추천 창구를 개설한다는 것이다.

장관이 되려면 먼저 인수위의 7개 분과위 중 하나인 '국민참여센터'를 통해 추천을 받아야 한다. 盧당선자가 "내가 아는 사람이라도 여기에 접수토록 할 것"이라고 한 다짐처럼 그 창구를 거쳐야 장관 후보 자격을 얻는다.

그런 다음 능력.가치관 검증→도덕성 검증→지역안배라는 3단계 관문을 거쳐 장관을 뽑는다고 한다. 이는 '형님 아우'하며 연고와 정실(情實)이 넘쳤던 DJ정권의 인사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盧당선자의 의지를 반영한 독특한 실험인 것이다.

파격성의 핵심은 인선 과정의 국민적 참여와 정보 공개다. '온라인 인사추천제도'를 두어 국민 누구나 장관을 추천할 수 있게 했고, 반면 권력기관의 인사 존안카드는 퇴출시키려 한다.

권력 비선(秘線)의 입김, 비밀 낙점, 낙하산 등 과거 정권의 잘못된 인사 패턴에서 벗어나 공개주의, 청탁 배제, 철저한 시스템 작동에 의한 적재적소 인사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실험은 盧당선자가 내건 국민 참여 정치의 측면에서 신선한 파장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실험이 얼마만큼 인사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다. 전례없다는 점에서 그 파장에는 불안감도 겹쳐 있다.

공개주의는 인사의 도덕성을 강화할 수 있지만 능력과 역량의 측면에선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인터넷 여론 동원 등 특정 집단의 인사 개입을 자초할 수도 있다.

욕을 먹고 일을 해야 하는 분야가 적지 않은 공직사회에 포퓰리즘(인기영합)적 분위기를 집어넣을 측면을 경계해야 한다. 정책의 추진력을 높이려면 내각에 선의의 악역(惡役)도 필요한 것이다.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 이치다. 인사가 실험 쪽으로 너무 기울면 국정 전반에 불확실성을 키운다. 실험의 파격성만큼이나 안정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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