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벽 활용한 정원, 공기 정화·가습 효과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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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형 벽면녹화기술’을 활용한 실내 벽 정원은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 [사진 바이오환경공학연구소]

나쁜 공기는 우리 몸에 치명적인 ‘독’이다. 하루 동안 마시는 공기량은 대략 13~15㎏ 정도. 하루에 섭취하는 음식물(1.5㎏) 양의 10배에 달한다. 하루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내는 현대인에게 공기 중 유해물질은 두통·천식·폐암·피부염·알레르기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실내 공기로 인한 사망자는 세계적으로 연간 28만 명에 이른다.

 실내 공기를 개선하기 위한 손쉬운 방법은 식물 재배다. 식물은 ‘천연 공기정화기’ 역할을 한다. 식물의 증산작용(잎 뒷면의 기공을 통해 수증기를 배출하는 현상)은 공기를 맑게 하고, 실내 습도를 조절한다. 피톤치드·음이온 등 식물에서 배출되는 각종 화학물질은 공기 중 오염물질을 제거한다. 심신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 호흡기를 촉촉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협소한 실내 공간에서 식물을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 수시로 물을 주고 관리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실내 벽면을 활용한 ‘수직형 벽면녹화기술’이 제시되고 있다. 바닥에 꾸미던 정원이 벽면으로 옮겨진 셈이다.

 (주)하이드 부설 바이오환경공학연구소(소장 박장우)가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진행한 차세대핵심환경기술사업을 통해 지난해 개발한 신기술이다. 비어 있는 실내 벽을 활용하므로 공간 절약이 가능하다.

 이 기술의 핵심은 ‘인공경량토양’이다. 지렁이 분변토(지렁이가 유기성 폐기물을 섭취해 배설한 분)와 버섯폐배지(버섯을 재배한 후 버려지는 폐기물)를 토양으로 활용한다. 소각·매립하던 폐자원을 재활용하므로 시공비·재료비가 적게 든다. 또 폐기물 처리비가 절감되고 수입 조경 자재를 대신해 경제성이 높다.

 인공토양은 젤 형태의 고흡수성 폴리머를 이용해 벽면에 부착한다. 고흡수성 폴리머는 기저귀나 생리대에 이용되는 고분자 응집제로 수분 흡수력이 뛰어나다. 일반 토양의 5~10배다. 물 관리를 하지 않아도 식물이 자라는 데 어려움이 없다.

 인공토양에는 식물 성장을 위한 영양도 풍부하다. 유기물이 함유된 지렁이 분변토와 버섯폐배지는 식물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질소원과 탄소원을 공급한다.

 인공토양을 이용한 벽면녹화는 실내 공기질 개선 효과도 높다. 바이오환경공학연구소가 인공토양에 넉줄고사리를 심은 뒤, 인위적으로 실내에 유해물질을 투입하고 수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벤젠·톨렌·옥시렌·황화수소 등의 유해물질이 70% 이상 감소했다. 기존의 실내 화분을 설치하는 조건보다 공기 정화 효과가 2배 이상 높았다.

 바이오환경공학연구소 박장우 소장은 “인공경량토양을 이용한 벽면 녹화기술은 주거 공간뿐 아니라 병원·학교 등 공공기관의 협소한 공간에 녹지를 형성할 수 있다”며 “실내 대기오염 감소와 쾌적한 생활 공간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벽면녹화 공간이 가습·공기 정화·오염물질 제거의 역할은 물론이고, 새집증후군의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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