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수당 절반으로 깎여 … 5개월간 카드 모집인 20% 그만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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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모집인으로 일하던 김태진(27·가명)씨는 최근 회사를 옮겼다. 올 초만 해도 카드 한 장 모집에 11만~12만원 정도였던 모집 수당이 하반기 들어선 6만~7만원 정도로 깎였다. VIP 카드 회원 모집 기준도 깐깐해져 회원을 데려가도 카드 발급을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그는 “이 회사뿐만 아니라 신한카드·국민카드 등도 모집 기준을 올리고 수당을 크게 깎아 많이 그만뒀다”며 “주변에 ‘못해 먹겠다’는 말을 하는 모집인이 많다”고 전했다.

 신용카드사가 군살 빼기에 들어갔다. 신규 발급을 줄이기 위해 모집 수당을 깎고 회원 심사를 깐깐하게 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는 내렸는데 연체율은 오르면서 “신용카드가 늘수록 손해”라는 판단이 들어서다.

 실제로 신용카드 모집인 수는 빠르게 줄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월 협회에 등록된 모집인 수는 4만1302명. 5월 등록된 이들(5만1319명)보다 1만 명 이상(-19.5%) 줄었다. 업계 1위 신한카드에선 지난해 연말 4332명이던 모집인이 지난달 3678명으로, 현대카드는 같은 기간 7800명에서 7100명으로 줄었다. 최근 체리피커(혜택만 골라 챙기는 소비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국민카드는 4월만 해도 2700명이던 모집인이 지금은 11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모집인을 줄이는 이유는 카드 신규 발급 증가가 매출 증대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은품에 홀려 가입한 신규 회원 열에 일곱은 카드를 장롱에 처박아둔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를 감안하면 카드 한 장 발급하는 데 카드사가 들이는 비용은 꽤 크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모집인 수당에 IC칩 등 카드 제조 비용, 배달 비용에 관리 비용까지 합치면 새 회원 한 명에 최소 10만원이 든다고 봐야 한다”며 “가맹점 수수료에서 밑지고 회원 모집 비용에서 또 한 번 손해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국민카드 고위 관계자도 “신규 카드를 늘리기보다 기존 고객을 충실히 관리하는 게 수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고객 혜택도 크게 줄고 있다. 올 2월 출시된 국민카드의 ‘혜담카드’는 내년 4월부터 통합 할인 한도를 신설한다고 최근 회원에게 통보했다. 현대카드는 초우량고객(VVIP)에게 지급되는 바우처를 내년부터는 이용 실적에 따라 지급하기로 했다.

김영기 금융감독원 상호여전감독국장은 “내수가 위축되고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카드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있다”며 “경기 상황에 맞게 신규 발급 수를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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