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 만화] 싸나이로서 세상 사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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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 만화' 이번 주는 격무와 스트레스로 어깨 축 처진 남성들을 위해 그들이 동경하는 세계, 폼에 살고 폼에 죽는 '폼생폼사' 싸나이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만화 3편을 소개한다. 만화 속 호방한 사내들의 삶을 보며 잠시나마 속세를 잊고 즐겨보길 바란다.

◇ 친구 1권

영화 '친구'를 굳이 설명할 필요 있을까. 전국 8백만 관객동원이라는 경이로운 신기록을 수립했고 그것도 모자라 1천만 관객 동원하자고 '친구 한번 더 보기' 운동을 전개한다는 소리까지 들리는 그 영화가 만화로 만들어 졌다.

'워낙 유명세를 탄 영화인데 만화로 만들기에 좀 부담스럽지 않을까' 기대 반, 우려 반으로 펼쳐 본 만화는 전형적인 대본소용 만화였다.

'준석' '동수' '중호' '상택' 네 친구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라는 기본적인 설정은 영화와 마찬가지 이지만 다른 전개를 하고 있다.

영화에서도 다소 앞뒤가 매끄럽지 않았던 전개가 만화에 와서는 더 무시된다. 만화 '친구'는 죽마고우에 대한 절절한 감정의 흐름보다 거친 사나이의 세계에 더 초점으로 맞춰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중요한 복선을 깔고 있는 장면, 어린 시절 조오련과 바다거북의 수영실력을 놓고 네 친구가 말싸움 하는 대목은 만화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러고 보니 아무래도 영화를 봤던 느낌대로 만화를 읽어 내려가긴 쉽지 않다. 단지 '우린 친구 아이가~'라는 걸쭉한 부산 사투리 하나만으로 찐한 우정을 표현하며 신나게 때리고 부순다. 만화 '친구'는 영화에서 나온 낭만적인 정취보다 폭력적인 모습들에 열광하던 이들이라면 재밌게 볼 수 있는 만화이다.

◇ 배가본드 10권

앞서 소개한 '친구'나 이번에 소개할 '배가본드'는 둘 다 폭력을 미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만화의 차이점은 많다. 만화 '친구'가 사나이의 의리와 우정에 기댄 폭력의 미학을 이야기하고 있는 반면 '배가본드'는 한 인간이 자아성찰을 위해 생과 사를 건 승부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배가본드가 일본의 전설적인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의 이야기인 것은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만화는 옛 시대의 영웅담이 아니라 최고가 되기 위해 자신의 야망을 위해 나아가는 한 젊은이의 성장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시대에 출세할 수 있는 건 오직 검의 달인이 되는 것. 미야모토 무사시는 최고가 되기 위해 명인들과의 승부를 펼치며 인간적으로 성장해 간다.

'배가본드' 10권에서는 검의 최강 '세키슈사이 야규'와 승부를 벌이고자 야규의 성으로 들어간 미야모토 무사시(다케조)가 그의 행동을 제지하려는 야규의 수제자들과 싸운다. 이 와중에 뜻밖에 맞는 오츠와 재회. 강해지기 위해 모든 것을 던졌던 다케조의 마음에 오츠 대한 감정이 다시 살아난다. 과연 자신의 야망을 위해 넘어야 할 과제(세키슈사이와의 승부)와 오츠 사이에서 다케조는 어떤 행동을 보일까?

◇ 이니셜D 21권

싸운다는 것은 무조건 주먹과 무기를 들고 꼭 피를 흘리는 것 말고 또 있다. 바로 스포츠의 승부대결. 이번에 소개하는 '이니셜 D'는 자동차 경주로 승부를 펼치는 스포츠 만화이다.

공공도로 레이서로는 최강의 사나이였던 아버지(현재 두부가게 사장) 밑에서 중학교 때부터 차를 운전하며 두부 배달을 도와왔던 주인공 탁미는 천부적인 운전 감각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레이싱에 관심 없다. 하지만 우연히 외지에서 온 레이싱 팀과 다운 힐(언덕 내려가기) 승부를 펼치며 카 레이싱의 세계에 눈을 뜬다.

공공도로(특히 고갯길)에서 레이스 승부를 벌이는 자동차 마니아들의 세계를 그린 이 작품은 솔직히 쉽게 즐기기에는 힘들다. 작가가 소수 마니아들을 위한 작품이라 말할 정도로 자동차에 대해 전문적인 용어와 지식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참고로 필자는 운전면허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재밌는 건 다름아닌 승부의 세계에 대한 짜릿함 때문이다. 차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아도 주인공 탁미의 배틀 레이스를 지켜보는 동안 그 팽팽한 긴장감과 마지막 승리의 쾌감을 공감할 수 있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아직까지 한 번도 지지않고 승승장구 하던 탁미가 21권에서 만만치 않은 호적수 프로 카레이서를 만나 위험한 고갯길 승부를 펼친다. 과연 이길 수 있을까? 눈을 반쯤 감은 '구영탄' 만큼이나 멍해 보이지만 일단 차에만 올라타면 다른 사람으로 돌변하는 성격의 소유자 탁미의 활약을 또 한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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