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손 잃은 이곳이 내 평생직장” 석 달 만에 웃음 찾은 산재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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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사고로 양 손목을 잃은 임중빈씨가 10일 인천산재병원 재활공학연구소에서 전자의수를 끼고 작은 막대를 집어 옆으로 옮기는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근로복지공단]

‘새 손’은 역시 낯설었다. 살짝 쥔다고 쥐었지만 힘 조절이 잘 안 돼 커피가 담긴 종이컵이 구겨졌다. 10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인천산재병원 재활공학연구소. 전자의수(義手) 테스트에 나선 임중빈(44)씨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거듭된 도전 끝에 마침내 컵을 안전하게 들어올려 커피를 마시는 데 성공했다. 그는 “혼자 힘으로 커피를 마신 건 석 달 만”이라며 웃었다.

 임씨의 양쪽 손은 전자센서로 팔근육 움직임을 측정해 손가락을 움직이는 의수다. 그는 7월 인천 남동공단의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일하다 프레스기계에 양 손목을 잃었다. 수술을 받고 요양생활을 시작했지만 충격은 좀체 가시지 않았다. 절단 부위가 저리고 시려 여름내 이불에 팔을 묻고 지냈다. 마음의 상처도 컸다. “7세 막내딸이 음료수 캔을 잘 못 따요. 내가 대신 따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잖아요. 괜히 ‘그거 하나 못 따느냐’며 딸에게 화를 냈어요.”

 그런 임씨를 다시 세상 밖으로 불러낸 건 근로복지공단의 잡코디네이터 전예숙(50) 과장이었다. 사고 한 달 뒤 전 과장은 임씨를 찾았다. 그는 “면담해 보니 성격이 밝고 긍정적이라 조금만 도와주면 회복이 빠를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전 과장은 매주 임씨를 찾아가 맞춤 재활계획을 짜주고 관련 서류를 모두 처리해 줬다. 사고가 났던 회사 대표를 찾아가서 ‘재활치료가 끝나면 (임씨를) 복직시켜 다른 일을 맡기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이어 임씨에게 한 쪽에 1000만원에 달하는 전자의수 한 쌍이 지원됐다.

 임씨는 2주간의 의수 사용 훈련을 끝내고 11월부터 다시 출근한다. 통상 양손 절단사고의 경우 6개월은 지나야 재활치료가 시작되지만 그는 전 과장의 도움으로 석 달여 만에 모든 치료를 끝냈다. 아내 황선미(36)씨는 “전 과장이 없었다면 지금도 여전히 망연자실해 있었을 것”이라며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신영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산재환자들의 조기 복귀를 돕기 위해 잡코디 숫자를 2016년까지 매년 40명씩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잡코디네이터=근로복지공단 소속으로 중증 산재환자에게 요양 계획부터 직업교육까지 일대일 맞춤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 초 70여 명이 업무에 첫 투입됐으며 최근까지 산재환자 460여 명의 원직 복귀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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