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결산] [7] - 내셔널리그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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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부지구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10년 아성이 무너졌다. 91년 이후 정상의 자리를 한번도 내주지 않았던 브레이브스는 현재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치열한 2파전을 벌이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모든 팀들이 그렇 듯, 브레이브스의 몰락도 변화를 인정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지나친 마운드 중심의 팀 운용과 우타자 일색의 타선. 3인방이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3인방일 수는 없었다. 이에 긴축운영으로 브레이브스는 오프시즌동안 아무런 보강도 하지 못했다.

케빈 밀우드의 이탈과 존 스몰츠의 재기 실패라는 악재 속에서도 그렉 매덕스가 이끈 투수진(팀 방어율 1위)은 최선을 다했다. 리오 마조니 코치의 조련으로 새롭게 태어난 존 버켓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으며, 오달리스 페레즈도 서서히 적응기를 끝내가고 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챔피언 메츠는 완벽히 몰락했다. 마이크 햄튼(콜로라도 로키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영입한 케빈 에이피어와 스티브 트랙셀, 에이스를 맡아야할 알 라이터의 피칭이 영 시원치 않다.

타선에서도 우려했던 상황이 그대로 벌어지고 있다. 믿었던 마이크 피아자와 에드가르도 알폰소까지 흔들리면서 거의 모든 공격지표에서 바닥(타율 · 득점 16위, 홈런 15위)을 치고 있다. 올 시즌이야 포기하면 그만이지만, 문제는 그 이후에 대한 해결책도 만만치 않다는 것.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돌풍은 놀랍기만 하다. 리그 11위의 방어율에도 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필리스의 성적에는 정신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다혈질의 래리 보와 감독이 진정으로 선수들의 승부욕을 일깨운 건지, 들들 볶아 일어난 일시적인 현상인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

13일(한국시간) 브레이브스가 승리하고 필리스가 패하면서 둘은 공동 1위를 이뤘다. 고기도 씹어 본 놈이 맛을 알고, 부자 망해도 3년 간다지만 알 수 없는 게 야구다.

2. 중부지구

시카고 컵스의 1위 질주에 가장 놀란 이들은 컵스 자신일 듯. 2년 후를 준비하고 있는 컵스는 '좋은 날'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다.

원동력은 방어율 2위의 투수진. 존 리버의 기량은 절정에 올라섰으며, 캐리 우드는 완벽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훌리안 타바레즈와 제이슨 버레이도 선발진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다. 그리고 돌아온 '플래시' 고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데려온 톰 고든은 5월 8일 2년만에 세이브를 거둔 후, 현재 18번의 기회 중 15번의 세이브를 성공시키며 팀에 날개를 달아줬다.

그러나 올해의 선전은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최근 프레드 맥그리프(탬파베이 데블레이스)를 데려오기 위한 노력처럼 포스트시즌에 대한 부담이 '새출발'에 역행하는 일들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승 1순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3위 추락은 컵스의 깜짝성공 덕분에 더 초라하게 느껴진다.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로 지목하면선 달았던 조건들-릭 앤킬의 제구력, 마크 맥과이어의 건강, 마무리부재 문제가 전부 터져 나왔다. J.D. 드루와 짐 에드먼즈까지 부상자명단을 경험하면서 내셔널리그 최강이라던 공격력은 리그 10위권으로 떨어졌다.

정작 컵스를 위협하고 있는 팀은 휴스턴 애스트로스. 그러나 팀 득점 2위와 팀 방어율 12위라는 모순된 구조는 그들을 언제든지 궁지로 몰 수 있다. 중부지구의 판도를 아직 장담할 수는 없다. 컵스를 지구우승팀이라 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으며, 또 드루와 가렛 스테판슨이 합류하는 카디널스가 어떤 힘을 발휘하게 될 지도 모른다.

3. 서부지구

'와일드 웨스트'답게 유일하게 3개의 5할승률팀을 보유하고 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커트 실링(12승) · 랜디 존슨(11승) 듀오는 역시 메이저리그 최강이었다. 브렛 프린츠 · 로버트 앨리스의 신인들도 기대 이상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노장들로 가득찬 로스터가 한여름의 무더위를 견뎌낼 수 있을 지가 의심스럽다.

LA 다저스는 8천만달러 가까이를 들여 잡은 앤디 애시비와 대런 드라이포트가 '무용지물'이 되면서 아쉬운 지구 2위에 머물렀다. 선발진에서는 박찬호의 '악전고투'속에 루크 프로코펙이 좋은 활약을 했다.

문제는 허약한 공격력. 리그 10위의 득점력도 문제지만 잘 칠 때와 못 칠 때의 기복이 너무 심하다. 다저스는 벌써 6번의 완봉패를 당했다. 원래는 시즌 중반에 타력을 보강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앞에서 언급한 '먹튀'들 덕분에 투수를 고를 수 밖에 없게 됐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꼴찌 추락은 최대사건이다. 6월 중순까지 2점대 방어율을 유지하며 일말의 희망을 안겨주었던 마이크 햄튼의 방어율이 4점대. 만약 '투수력 강화'까지 실패한다면 그들에게 더이상의 대안은 없다.

4. 개인기록

전반기 내내 주목을 끈 것은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런수였지만, 실속은 루이스 곤잘레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더 챙겼다. 곤잘레스는 타점 1위 · 홈런 2위와 함께 타율에서도 4위를 마크하고 있다. 한 때 10개 이상 벌어졌던 본즈와의 홈런수도 5개로 좁혔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랜스 버크먼과 모이세스 알루는 나란히 타율 1 · 2위를 달리고 있으며, 콜로라도 로키스의 토드 헬튼과 래리 워커는 타점 2 · 3위에 올라 있다.

다승에서는 커트 실링이 12승 도전에 두번 실패하는 사이, 랜디 존슨 · 그렉 매덕스 · 웨이드 밀러(휴스턴 애스트로스)가 1승차로 따라붙었다. 한 때 10명 이상이었던 2점대 방어율도 4명으로 줄어들었다. 존 버켓은 방어율 1위에도 불구하고 고작 6승을 기록중이다.

Joins 김형준 기자<generlst@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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