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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예술을 입힌 산업단지, 창조의 도시로 거듭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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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비트라캠퍼스의 자체 소방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세워진 비트라 소방서. 이 건물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해 완공된 첫 건물이며 콘크리트를 소재로 조각적인 형태로 만들어졌다. 주변의 단순한 형태의 공장건물과 대비를 이루며 전시 공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는 문화·예술적 요소를 이용해 근로생활 개선을 목적으로 산업단지 구조 고도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산업단지의 변화는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국내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산업단지 구조 고도화를 실천해 왔다. 산업단지 자체의 역사성과 현재성이 잘 어우러진 해외의 산업단지를 통해 우리나라의 미래 산업단지의 모습을 그려보자.

◆독일 바일 암 라인의 비트라 캠퍼스=스위스 바젤 근처에 위치해 있는 독일의 최남서단에 위치한 바일 암 라인은 인구 3만 명 규모의 농업 기반 소도시다. 또 세계적인 디자인 가구회사인 비트라의 생산기지와 복합문화시설인 비트라 캠퍼스가 위치해 있다. 바일 암 라인은 스위스 바젤과 인접한 지리적 장점과 비트라 캠퍼스를 통해 문화도시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1940년대 스위스 바젤에서 창립된 비트라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가구를 생산해 전 세계에 보급한 가구회사다. 가구 생산 외에도 비트라는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을 통해 1850년대부터 대량생산되던 나무의자를 비롯해 건축가가 디자인한 가구들, 최근 포스트모던 경향의 가구에 이르기까지 1800여 점의 가구를 지속적으로 수집·전시·연구하는 등 사회문화 측면에서 다양한 기여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비트라 캠퍼스에는 전 세계에서 매년 30만 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비트라는 1955년부터 공장건물과 창고 건물들로 계속 확장되고 있었으나 1981년 큰 화재로 공장 모두가 전소되었다.

현재의 비트라 캠퍼스는 세계적인 가장 영향력이 큰 건축가들에 의해 설계된 건물들로 구성된 하나의 체계적이며 인상적인 복합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현재는 총 12개의 공장 및 문화공간이 건립되어 있다.

라 프리쉬 거리에서 공연하고 있는 예술가들

◆프랑스 라 프리쉬 라 벨 드 메=라 프리쉬가 위치한 마르세유는 프랑스 프로방스 코트다쥐르 주 부슈뒤론 데파르트망의 수도로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지중해 연안의 최대 항구도시다.

마르세유는 과거 다양한 산업이 발달한 중요한 제조업 도시였다. 하지만 산업의 침체로 현재는 프랑스 내에서 균형발전이 필요한 낙후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평균보다 높은 실업률과 많은 이주민 노동자 등으로 인해 공공 서비스, 범죄 발생률, 산업재해 발생률 등의 큰 문제를 안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라 프리쉬는 이처럼 산업의 침체로 인해 많은 산업시설이 빠져나간 자리에 서민, 걸인들의 은거지였던 라 벨드 메 지역을 문화, 예술, 정보와 시청각, 멀티미디어의 새로운 중심지로 바꾸어가고 있다.

마르세유시는 이 12㏊에 해당하는 담배 제조공장 부지를 1992년에 매입했다. 1992년 5월 마르세유의 산업적·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담배 제조공장은 예술가들이 다양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변모하게 된다.

91년 초반부터 그 지역의 오래된 곡식 제조공장에서 작업하던 연극집단인 System Friche Theatre는 92년 마르세유의 담배 제조공장에서 변모한 새로운 창작공간으로 활동공간을 옮기게 된다.

담배 제조공장에서 문화 공간으로 변신한 라 프리쉬.

이후 공연 예술들이 담배 공장의 곳곳에서 성행하였다. 예술가 그룹들은 워크숍, 리허설 스튜디오 등을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었고, 이러한 그룹들의 지속적이고 활발한 활동들이 도시를 창조의 세계와 연결시켰다.

이러한 예술가 그룹의 활동을 통하여 라 프리쉬가 위치한 마르세유 도심으로 연결되는 진입부와 라 벨 드 메 서민구역에 예술 분야의 투자 잠재성이 확대됐다. 이곳을 찾은 문화·예술인들은 지역 사회 및 경제 활동에 완전히 통합된 문화 부흥이라는 독특한 경험을 발전시켜 나갔다.

라 프리쉬가 있는 지역은 Ilot 1,2,3 세 개의 블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2만4000㎡에 이르는 Ilot 1은 도시산업·문화유적 아카이브시설이 있으며, 3만㎡의 Ilot 2는 멀티미디어 제작, 발표의 공간으로 사용된다. 가장 큰 면적인 4만5000㎡ 을 차지하는 Ilot 3은 창작과 발표를 위한 레지던스 프로그램, 스튜디오, 공연장 등이 있다. 이처럼 한 지역을 3개의 블록으로 분리해서 블록별 특색을 살림과 동시에 3개 블록이 서로 연계 활동이 가능하도록 운영된다.

이 세 개의 블록은 ‘예술의 새로운 영토’라는 공통의 철학 아래 각각의 고유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예술가, 문화단체, 기업, 공공기관이 거버넌스의 형태로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세 개의 블록운영의 중심에는 공익협동조합이 있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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