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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든 중국 선원, 해경 고무탄에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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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달 불법조업하던 중국 ‘철갑선’ 지난달 24일 제주시 차귀도 서쪽 140㎞ 해상(우리 측 EEZ 내 29㎞)에서 철판(높이 약 1.5m)을 두르고, 20여 개의 쇠꼬챙이(길이 약1.6m)를 설치한 중국 어선이 제주해경의 검문에 불응하며 달아나고 있다. 이날 제주 해역에 나타난 중국 유자망 어선 10여 척은 모두 해경의 단속을 방해하기 위해 쇠꼬챙이와 철판을 설치하고 있었다. 한국 영해에서 조업하는 대부분의 중국 어선은 16일 공개된 이 사진의 어선처럼 태극기를 달고 있다. [사진 제주해경]

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인 선원이 한국 해경이 쏜 고무탄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6일 오후 3시45분쯤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북서쪽 90㎞ 해상에서 중국 선적 100t급 쌍타망 어선 노영호 선원 장모(44)가 불법 조업을 단속하던 해경이 쏜 고무탄에 맞았다. 해경은 즉시 헬기를 이용해 장을 목포의 대형 병원으로 옮겼으나 장은 오후 6시쯤 숨졌다.

 목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당시 사고 해상에선 노영호 등 중국 어선 30여 척이 우리 측 EEZ를 침범해 불법 조업을 하던 중이었다. EEZ 침범 사실을 확인한 목포해경이 오후 3시10분쯤 경비정 3009함을 현장에 출동시켜 검문검색을 시작하자 중국 어민들은 쇠꼬챙이와 쇠톱, 칼 등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했다. 해경은 노영호 등 중국 어선 2척과 선원에 대한 나포를 시도하던 중 저항하는 중국 어선을 향해 비살상용 고무탄을 발사했다. 이 과정에서 장은 왼쪽 가슴에 고무탄을 맞았다. 장은 3009함으로 옮겨져 응급 조처를 받은 뒤 헬기로 목포 한국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이미 숨져 있었다.

 해경은 17일 오전 단속 함정인 3009함과 나포한 어선 2척 등이 목포항에 도착하면 진상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힐 방침이다. 목포해경 관계자는 “격렬하게 저항하는 중국 선원을 제압하기 위해 선원 사이로 발사한 고무탄에 장이 맞은 것 같다”며 “정확한 진상조사를 통해 중국 어선 측의 공무집행 방해 혐의 및 사망 원인을 밝히는 한편, 보상 문제 등 법적인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경 관계자는 "중국 어민들이 정당한 법 집행에 극렬하게 저항해 단속 대원의 생명에 위협을 느껴 진압 장구를 사용했다”며 “장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끝내 숨져 애석하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목포해경은 목포 주재 중국 총영사관에 중국 어민의 사망 사실을 알렸다. 외교통상부는 이날 주한 중국대사관을 통해 중국 측에 사건 개요를 통보하고, 책임 소재와 별개로 불행한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유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정부는 숨진 어민의 유가족이 장례 절차와 유해 수습을 위해 입국할 경우, 최대한 행정적인 지원을 할 방침이다.

이번 사고에 앞서 지난해 12월 13일 인천 소청도 해상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단속하던 한국 해경 이청호 경사가 중국 선장 청모에 의해 살해당해 한·중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했었다.

 이와 관련해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국 정부가 총기 사용에 반대했는 데도 어민이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한 것은 유감”이라며 “중국 외교부가 한국 정부에 조만간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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