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필립(84)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문화방송(MBC)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이상옥 전략기획부장 등이 지난 8일 만나 정수장학회가 가진 MBC 지분 30%를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한겨레신문 보도를 놓고 MBC 측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뜻을 밝혔다. 이 신문은 13일자 1면과 3면에 걸쳐 ‘최필립의 비밀회동’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다뤘고, 15일자에도 1면과 4~5면에 걸쳐 대화록 형식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15일자 1면엔 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이 “정치적 임팩트가 굉장히 큰 사안”이라는 이 본부장의 발언과 최 이사장이 “대선 앞두고 잔꾀란 말 나올 것”이라고 걱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참석자 외에 제3자가 배석하지 않은 회동 내용이 어떻게 통째로 유출됐는지가 이번 사건 의혹의 핵심이다.
이진숙 본부장은 15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100% 도청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만약 도청이 아니라면 도청에 가까운 어떤 불법적 행위가 있었던 게 아닌가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의실 같은 공간에 세 사람만 있었고, 셋이 나눈 대화가 거의 그대로 숨 쉬는 소리, 웃음소리도 녹취가 있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며 “처음 공개한 언론에 대해 만약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낱낱이 공개해야 하고 누가 가담했는지, 어떤 절차 어떤 방법으로 불법적 행위가 저질러졌고 가담을 누가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대해 어떻게 보나.
“MBC와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정상적 절차로 만났는데 대단히 목적성을 가지고 비밀회동이라는 것 (표현) 자체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묘사한 것이고 정당한 정상적 업무를 마치 무엇인가 음모가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
-법적 대응을 할 생각인가.
“수사 의뢰를 준비하고 있다. 저희 세 사람은 아무도 이 녹취를 바깥에 유출시킨 사람이 없다. 내가 알기로는 나와 같이 있던 이 전략기획부장도 당연히 녹음을 안 했다. 최 이사장은 녹음을 유출시킬 동기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 이사장과 새누리당에선 녹취가 유출된 것이 MBC 측이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있다. 회동 내용이 처음 알려진 지난 12일 도청 의혹을 제기한 최 이사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겨레 쪽에서 몰래 녹음한 것으로 알고 알아보니 당사자인 MBC 쪽에서 만들어 나간 것 같더라”고 말했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도 “MBC 내부에서 자료를 만들긴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녹취록을 만드는 과정에서 내부 반대파에 의해 도청을 당했거나 녹취록이 만들어진 다음에 유출된 것 같다”고 봤다. 한겨레신문은 15일자 보도에서 “도청에 의한 것은 아니며, 필요하다면 적절한 시기에 취재과정을 공개할 수 있다”고 했다.
전진배·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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