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 하이닉스등 반도체주 끝모를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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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관련주가 바닥 모를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9일 삼성전자는 1만2천5백원(6.81%) 떨어진 17만1천원으로 장을 마쳐 지난 1월 3일 16만8천5백원 이후 6개월여만에 연중최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의 팔자 행진이 계속되며 오후 한때 주가가 16만9천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하이닉스도 2백60원(11.23%) 떨어진 2천55원으로 마감돼 6일에 이어 이틀째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와 함께 주성엔지니어링이 8.2% 하락하는 등 대부분 코스닥에 올라있는 반도체 장비업종과 소재업종도 큰 폭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 감산도 현실성 없을 듯=반도체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반도체값은 연초의 30%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모두 2분기보다 3분기 실적이 더 나빠지리라는 비관적 전망이 고개를들고 있다.

최근 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업체간의 감산 공조 논의가 제기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하이닉스만 감산할 경우 반도체값에 별다른 영향을 주기 어렵고 업체별로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공동 감산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교보증권 김영준 책임연구원은 "업체별로 고정비 등 생산원가가 다른 상황에서 일률적인 감산은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는 업체와 손실을 보는 업체를 낳을 것" 이라며 "선두업체인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오히려 자사의 시장점유율을 늘려 후발업체를 압박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고 지적했다.

이처럼 수요와 공급 양 측면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당분간 반도체 주가의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강력한 지지선이었던 18만원대가 무너진 이상 삼성전자 주가는 전저점이었던 16만1천원~16만5천원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며 "하이닉스도 마땅한 지지선을 찾기 어려워 나스닥이 안정되기만을 바랄 수 밖에 없다" 고 말했다.

◇ 장비업종보다 소재업종 선방할 듯=반도체 관련종목 중 장비업종은 완제품 생산업체보다 전망이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주성엔지니어링.아토.유니셈.코삼.이오테크닉스.실리콘테크.디아이 케이씨텍.신성이엔지.STS반도체 등 이들 업체들은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의 투자 축소로 내수가 격감한 데다 최근 대만업체들마저 신규 투자를 동결해 수출길마저 막혔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반도체 장비의 수주와 출하물량을 나타내는 BB율이 지난 5월 0.46으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반도체 값이 반등해도 장비 수주로 이어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려 주가에 반영되는 속도가 늦춰질 수 밖에 없다" 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반도체 제작공정에 쓰이는 컴파운드와 세정액 등을 생산하는 소재업종(동진세미켐.테코노세미켐.화인반도체기술.피케이엘.원익 등) 은 반도체값 하락의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증권 이동근 연구원은 "이들 업체들은 반도체가 생산되는 한 꼭 필요한 재료를 공급하고 있어 반도체값 하락의 영향을 덜 받고 매출도 안정적" 이라며 "앞으로 반도체 관련주가 많이 내려도 상대적으로 주가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고 내다봤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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