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국제업무지구 망가지면 다 쪽박 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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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다. 건국 이래 가장 규모가 큰 개발사업이 집안싸움(코레일 vs 롯데관광개발)으로 좌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요즘처럼 위기감이 고조된 적도 없었다.

'만약'이라도 사업이 무산된다면 이에 따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시장뿐 아니라 국내 경제의 뿌리가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장 큰 타격은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가 입는다. 사업 중단과 동시에 1조1200억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드림허브가 확보한 자금은 4조405억원. 출자사들의 자본금 1조원 외에 토지반환채권을 통한 금융권 차입액 2조4363억원, 전환사채(CB) 및 회사채 발행으로 1550억원 등이다.

이 중 토지대금으로 2조9271억원이 지급됐고 코레일이 토지 관련 세금과 연체이자 등으로 3780억원을 받았다. 여기에 용산역세권개발㈜ 운영비 등으로 2093억원, 은행 이자로 3238억원이 들었다.

결국 토지대금 2조9271억원 외에는 회수할 수 있는 자금이 거의 없는 셈이다. 그나마 토지대금도 금융권에서 차입한 돈을 갚고 나면 남는 게 없다. 2007년 개발이 시작된 후 마련한 출자사의 자본금 1조원과 세금ㆍ운영비ㆍ이자 등은 녹아 없어지는 것이다.

사업이 좌초되면 코레일은 적어도 2000억원 이상을 날리게 되고 다른 출자사도 출자한 자금(총 1조원)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롯데관광개발의 경우 회사 자본금(55억원)의 수십배에 달하는 1700억원을 투자해 출자금만 날리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어려워 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랏돈으로 운영되는 코레일의 타격은 곧 국민의 세금이 날아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직·간접 피해액 천문학적…부동산 시장에 '대란' 일어날 것

용산 일대에서 아파트?오피스텔 등을 분양했거나 분양 예정인 건설업체도 풍랑에 던져진다. 2007년 개발이 본격화한 후 용산 일대에서 분양한 아파트 등은 모두 용산 국제업무지구를 앞세워 분양했다.

이들 단지를 분양 받은 이들도 사실상 용산 국제업무단지에 대한 기대감에 계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발이 취소되면 계약자들은 시행?시공사를 상대로 사기 분양 등의 이유로 각종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고 책임은 고스란히 시행ㆍ시공사가 짊어져야 한다. 한강로에서 주상복합을 분양하고 있는 D건설 관계자는 “지금도 용산 국제업무지구가 삐걱거린다는 언론 보도가 나올 때마다 계약 취소를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하는 계약자가 있는데 정말로 사업이 취소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상상도 하기 싫다”고 말했다.

가장 억울한 피해는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입는다. 이들은 2007년 개발이 본격화면서 2008년 7월 이후 거래가 제한됐다. 집주인이지만 5년간 재산권 행사를 못한 것. 집을 거래할 수 없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길이 묶인 데다 보상금을 믿고 대출을 받아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도 적지 않다.

서부이촌동의 한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동의서 작성시 시행사가 이주비 3억원, 보상금 10억원을 비공식적으로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 일대 크고 작은 부동산을 사들인 투자자들도 피해를 보긴 마찬가지다. 이들은 대부분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땅을 사고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분양(매입) 받았다. 개발 기대감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분양가도 비쌌다. 용산역 일대에서 분양 중인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분양가는 평균 3.3㎡당 2600만원이 넘는다. 한강로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는 121㎡(이하 전용면적) 분양가가 15억1740만원이다. 3.3㎡당 3200만원이 넘는다.

서부이촌동 L공인 관계자는 “솔직히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아니었으면 그렇게 비싸게 분양받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지금도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수두룩한데 개발이 취소되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용문동 S공인 관계자는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장이 가라앉아 있는데 개발이 무산되면 아파트는 물론 오피스텔ㆍ다가구ㆍ상가 등 전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수 밖에 없어 또 다른 의미의 용산 참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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