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처럼 공약 준비 안 된 선거는 처음 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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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호 04면

돈과 시간 그리고 현실성.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가 보는 공약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세 대선 후보의 일자리·복지 정책 방향을 살펴온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는 이 세 가지 모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약 발표가 너무 늦고, 구체성이 부족하며 재원 마련 방안을 제대로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메니페스토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12일 “지난 총선 때 실질적인 공약은 거의 다 나왔다고 본다. 총선이란 예비고사 후에 대선이라는 본고사를 보는 건데 70일도 안 남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공약을 내놓지 못하는 건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후보나 각 캠프에서 밝힌 정책은 재원조달 방안이나 예산추계가 없는 ‘정책 아이디어’고, 선언 수준”이라며 “대차대조표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정책 방안이라야 국민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책임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간 선거공약 검증을 여러 번 해봤지만 이번처럼 공약 준비가 안 된 선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메니페스토본부는 최근 각 후보 캠프에 공약에 관한 세부안을 묻는 질문서를 보냈다. 대선 D-40일(11월 9일)까지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메니페스토본부 정책자문위원인 오수길(행정학) 고려사이버대 교수는 “표 얻기에 급급해 공약 실행을 위한 재원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며 “복지 정책을 위한 비용,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해 사회적 합의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각 후보가 대선 공약을 발표하지 않고 있어 정책 실행을 위한 정확한 비용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ㆍ민주당이 메니페스토본부의 질문에 대한 답은 기준이 된다. 새누리당은 당시 ‘일자리 창출과 새로운 취업 시스템 확립’을 위해 5년간(2013~2017년) 모두 89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2012년을 기준으로 보면 기존 지원액 외에 이 정책 수행을 위해 추가로 1조3000억원이 더 든다. 민주당도 비슷하다. ‘좋은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차별 해소’에 기존 지원액 외에 1조4000억원이 들어간다고 예상했다. 복지 정책의 규모는 더 크다. 새누리당의 ‘0~5세 보육비ㆍ양육비 수당 지원’의 추가 소요 예산이 24조6000억원이다. 민주당의 ‘실질적 무상의료 실현’엔 5년간 37조5000억원이 들어간다. 조세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장기재정전망과 재정정책 운용방향’에 따르면 새누리 총선 공약에 5년간(2013~2017년) 75조3000억원, 민주당은 164조7000억원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 위원은 “모두 솔직하지 못하다. 구체적인 정책은 발표되지 않고, 돈은 분명히 필요한데 조달 방법은 제대로 말을 안 하니 정책의 진심성ㆍ현실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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