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무스 바른 안철수 "2대8 가르마 고집? 매일…"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안철수 후보가 11일 충북 청주교대 대강당에서 열린 초청 강연회에 입장하고 있다. [청주=뉴시스]

“이제 와서 정당 후보론을 꺼내다니 참 어처구니없습니다.”
11일 청주교대 강연에서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무소속 불가론은 정당 정치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을 때 나와야 한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수위가 높아진 그의 말은 예전의 청년 멘토 안철수의 언어와는 다르다. 과거엔 늘 ‘국민이 원한다면’이란 단서를 붙였다. 하지만 이젠 그런 소극적 학자의 목소리가 아니다. 대선 출마선언 26일 만에 복장과 표정도 바뀌었다. 그의 상징이었던 2대8 가르마는 이제 무스나 젤로 고정시킨다. 키높이 구두도 신는다.

강연 정치는 여전히 그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다. 대선 출마 이후에도 그는 강연 일정으로 바빴다. 다만 출마 전과 달리 강연엔 정치적 발언이 강하다. 안 후보는 4일 조선대에서 “호남 지역이 민주화 성지”라고 강조했다. 다음 날 우석대 강연에선 “‘정치개혁’과 ‘정권교체’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후보가 저입니다”라고 주장했다. 8일 대구대 강연에선 ‘공천 혁신’을 야권 단일화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다. 강연엔 유머가 있다. 12일 타운홀 미팅에서 ‘부인과 가장 최근에 한 대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밥은 먹고 다녀?’라고 묻더라”고 답했다. 11일 청주교대 강연에선 “왜 2대8 가르마를 고집하시나요”란 질문을 받았다. 그는 “억울하네요. 보시는 분이 차이를 몰라서 그렇지 매일 조금씩 바꿉니다”라고 답했다. 장내엔 웃음이 터졌다. 지방 유세 중인 안 후보를 대전 황토마을에서 만났다. 기자라면 거리를 두더니 이젠 먼저 농담을 건넸다. 그는 “대학에 있을 때 학생들이 벼락치기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샌 강연 준비를 하느라 내가 벼락치기를 합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지방에서 며칠씩 묵는 것도 큰 변화다. 지난 3일 시작된 호남 지역 방문은 2박3일이었다. 10일엔 충청 지역을 1박2일 일정으로 방문했다. 출마 전에도 지방 방문이 간혹 있었지만 자는 일은 없었다. 정연순 안철수 캠프 대변인은 “그 지역 주민들과 만나 진심으로 소통하려면 그 정도 일정은 잡아야 한다”면서도 “서울이나 수도권 일정들을 시간상 많이 소화하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변신도 안 후보 못지않다. 1년 전 안 후보가 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할 때 김 교수는 적극적인 반대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안 후보가 출마선언을 할 때만 해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니 7일 처음으로 대한의사협회 주최 ‘제1회 한마음 전국의사가족대회’에 참가해 과감한 축사를 전했다. 그는 “안철수씨와 25년째 같은 집에 사는 김미경입니다. 저를 ‘영희’로 알고 계시는 분이 많은데,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김미경입니다”라고 말했다. 캠프 관계자는 “김 교수가 실무진을 위해 직접 떡이나 과자를 싸들고 온다. 그런데 선거법 위반이어서 먹지는 못했다”며 “김 교수는 아직 (그런 게 법에 위반되는지) 모르시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선관위 측은 “캠프 자원봉사자에게 금품이나 식사를 제공하는 건 불법이지만 간식 제공 정도는 불법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애매하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 공평빌딩 5~6층에 둥지를 튼 안 후보 캠프. 공간 구조가 탁 트인 개방형이다. 공간을 유리벽으로 나눠 투명함을 강조했다. 누구에게나 부담 없는 카페형 구조다. 민원실 입구에 들어서면 안 후보를 초크아트(오일파스텔로 그린 그림)로 표현한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공간 가운데는 나무 탁자와 의자, 책꽂이를 배치했다. 공식적으론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지 않았지만 이런저런 인연으로 14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찾아와 알아서 활동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안 캠프의 특징은 개방성, 참신성, 전문성”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를 향해선 ‘구체적 정책이 없다’는 비판이 따른다. 그래서 안 후보 캠프 내 정책네트워크인 ‘내일’이 바빠졌다. 내일은 각종 전문가와 교수들이 소속된 정책 포럼을 운영 중이다. 여기서 나온 제안은 안 후보와의 논의를 거쳐 정책으로 반영된다. 최근 화두인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정책 논의도 ‘경제민주화포럼’에서 진행됐다. 이 포럼을 이끄는 전성인 홍익대 교수와 이봉의 서울대 교수는 지난 12일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대통령 직속의 ‘재벌개혁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14일 안 후보 측은 금산분리, 출자총액제한제, 순환출자 등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발표한다.

그래도 정치인 안철수의 모습은 아직은 어색한 편이다. 길거리나 시장을 방문하지만 그가 시민이 주는 길거리 음식을 받아 먹거나 물건을 사는 일이란 거의 없다. 지난달 22일 수원 못골종합시장에선 시장 상인에게서 받은 곶감을 어찌할 줄 몰라 계속 손에 쥐고 다녔다. 허영 비서팀장은 “안 후보는 기존 정치인들이 시장에 들러 음식을 받아 먹고 길에서 파는 물건을 들어 보이는 전형적인 연출 방식을 꺼린다”고 말했다. 비서실에선 “국민에 대한 성의인 만큼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마시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비서실 관계자는 “최근엔 지나치게 경직된 모습에서 조금씩 나아지는 중”이라고 전했다. 10일 대전 대흥동에서 안 후보는 붕어빵을 한 아름 사긴 했지만 먹지 않고 옆에 있던 기자들에게 건넸다.

홍상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