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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스타일 만들면 매일 아침 옷타령 끝!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92호 26면

저자: 스콧 슈만 출판사: 월북 가격: 1만7800원

세계 패션위크나 피티워모(피렌체에서 열리는 남성복 박람회)를 처음 갔을 때 나름 ‘문화적 충격’이 있었다. 행사장에 온 관람객들의 패션이 어찌나 남다른지! 3월에 모피와 샌들을 걸치고 나타난 20대 아가씨나 핫핑크 바지와 흰색 재킷을 과감하게 짝지은 중년 남자를 보고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건 아마도 그들이 나와 다를 바 없는 ‘민간인’이고, 더구나 대단한 몸매의 소유자들이 아니기에 더 그랬을 터다.

『사토리얼리스트, 클로저』

스콧 슈만은 이런 심리를 일찌감치 파고든 사진가다. 2005년부터 뉴욕·런던·밀라노 등 거리에 나가 패셔너블한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찍었다. 그리고 ‘사토리얼리스트(thesartorialist.com)’라는 제목으로 블로그를 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나와 다름없는 사람들의 멋진 스타일을 보기 위해 1초에 8명이 그의 블로그에 접속한다. 하루 클릭 수만 45만 건이다. 올해는 CFDA(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 미디어상까지 받았다.

최근 블로그의 명성에 힘입어 두 번째 책이 나왔다. 2011년 펴낸 사진 에세이 『사토리얼리스트』에 이은 『사토리얼리스트, 클로저』(월북)다. 첫 책에 비해 사진도, 글도 영역을 넓혔다. 뉴욕 밀라노는 물론 사바나, 모로코 등 29개 나라로 배경이 다양해졌다(한국에서도 두 컷 찍었다!).

중간중간 자신의 패션 철학도 분명히 녹여냈다. “스타일은 엘리트적이고 세련되고 비싼 것이라는 개념이 돼버리고 말았다. 실제로는 음악이나 말처럼 일상의 표현 수단으로 취급돼야 하는데 말이다. 결국 스타일이란 의사소통이다.”

이를 입증하듯 400여 피사체들은 직업·인종·나이·문화가 모두 다르지만 단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다. 트렌드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패션으로 보여주는 것. 실제로 검정 속옷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흰색 원피스를 입은 여인과 점잖은 코트에 모피 숄을 두른 청년의 사진을 보자면 “너는 누구냐?”라는 물음표가 생긴다.

멋진 스타일링을 위해 이 책을 고른다면 사진만큼 글도 요긴하다. 슈만의 경험에서 나온 조언들이다. 자신의 이상형은 미국 댄서이자 배우인 캐리 그랜트. 그래서 그를 따라 하려고 줄무늬 캐시미어 스웨터를 사 입었지만 찰리 브라운으로 보일 뿐이었단다. 그러면서 스타일을 참고하려면 패셔니스타가 아닌 나와 체형이 비슷한 사람을 찾으라는 비법을 전수한다.

현실적인 독설도 빼놓지 않는다. “대충 입는 멋? 그것은 믿기 힘든 신화다. 모든 멋쟁이는 체형을 보완하고, 직업과 라이프 스타일 심지어 날씨에 맞는 옷을 찾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소비한다. 그렇게 정말, 정말로 좋아하는 아이템을 열정을 다해 골라 옷장에 집어넣기 때문에 승산이 더 높을 뿐이다.”

그는 옷 잘 입기로 소문난 이탈리아 사람들의 옷장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하면 3분의 1 크기라는 말로 멋쟁이가 되는 최고의 비결을 알려준다. 패스트패션, 명품, 유행에 상관 없는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보라는 것. 당장 방 안의 옷장을 열고 지금 가지고 있는 옷가지부터 꺼내보라는 거다. 제발 매일 아침 옷장을 열며 “왜 이렇게 입을 옷이 없지?”라고 투덜대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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