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이 만든 '원조 떡갈비'의 충격적 재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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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경기도 광명의 한 재래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떡갈비. 한 장에 800원, 다섯 장 3000원이다. 이곳의 떡갈비는 점원이 “이 반죽 사다가 동그랑땡 하는 손님들도 있다”고 소개할 정도로 사실상 육전과 다름없는 음식이었다.

떡갈비엔 떡만 없는 게 아니었다. 시판 떡갈비 대부분이 갈비와도 아무 상관없는 음식이었다. 국립국어원에서 정의한 떡갈비의 사전적 의미는 ‘갈빗살을 다져서 양념한 후 갈비뼈에 얹어 구운 요리’다. 하지만 JTBC ‘미각스캔들’의 취재 결과 대부분의 떡갈비가 갈빗살은커녕 부위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간 고기’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재료와 조리법이 햄버거 패티를 만드는 방식과 별 차이가 없었다.

 지난달 25일 떡갈비 맛집으로 유명한 서울 A식당을 찾아간 ‘미각스캔들’ 제작진. 직원으로부터 “갈아놓은 쇠고기 목심으로 만든다”는 설명을 들었다. ‘칼로 다지지 않느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직원은 “그걸 하려면 팔 떨어져서 안 된다”고 답했다. 서울의 또 다른 떡갈비 전문점 B식당은 “갈아놓은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1대1로 섞어 쓴다”며 레시피를 공개했다. 이곳 사장은 “돼지고기 없이 이런 쫀득한 맛을 낼 수 없다”고 털어놨다.

 떡갈비를 대량 제조해 전국 호텔과 뷔페식당 등에 납품하는 경기도 성남의 C공장에서는 쇠고기에 닭고기를 섞어 반죽을 하고 있었다. 또 모양을 쉽게 만들기 위해 건빵 가루도 집어넣었다. 이 업체 사장은 “돼지고기는 냄새 때문에 싫어하는 손님들이 많다”며 “닭고기는 냄새가 없고 맛이 고소해 섞어 쓰기 좋다”고 말했다.

 떡갈비를 향토음식으로 내세우고 있는 전남 담양의 D식당에서는 청둥오리로 만든 떡갈비를 팔았다. 메뉴판에는 ‘원조 떡갈비’ 표시가 선명했다. 이곳 직원은 “오리는 갈빗살이 거의 없으니 그냥 오리살로 만든다”며 “그렇다고 ‘청둥오리떡’이라고 부를 수 없진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식당 주인은 2002년 ‘오리떡갈비’를 개발해 대한명인회 ‘명인’으로 선정됐다고 했다. 대한명인회는 국가 지정 명인을 선정하는 사단법인으로 농림부와는 관계없다. 대한명인회 측은 심사 기준 등을 묻는 제작진에게 “너무 포괄적이라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미각스캔들’ 정영진 PD는 “갈비나 원조, 명인 등의 단어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들 식당에서 팔고 있는 떡갈비는 모두 갈아놓은 육류에 야채를 섞어 만든 요리로 사실상 일반 육전과 똑같은 음식이었다. 사전적 의미와는 거리가 멀었다. 서울 관악구 한 재래시장에서 떡갈비를 만들어 파는 D가게에선 “햄버거 패티로도 만들어줄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 어떤 모양으로 부치느냐에 따라 떡갈비도 되고, 햄버거 패티도 된다는 얘기였다. 이곳에서 파는 손바닥만한 떡갈비 한 장의 가격은 1000원. ‘갈비’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싼 값이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50)씨는 “소비자들은 입으로 먹기 전에 ‘떡갈비’라는 이름이 주는 이미지를 먼저 먹는다”며 “이름을 통해 식재료와 조리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예측이 불가능하니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이태원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식 요리사 권우중(33)씨는 “‘떡갈비’가 아니라 ‘동그랑땡’으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며 “소비자들이 어떤 음식인지 제대로 알고 먹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떡갈비의 진실을 다룬 ‘미각스캔들’은 14일 오후 10시50분 JTBC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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