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과 옛집에 깃든 이야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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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게 서울을 안내하게 되면 흔히 받는 요청이 "서울은 6백년이 넘은 고도(古都) 라는데 전통건물을 구경하고 싶다" 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남대문과 덕수궁, 창덕궁, 경복궁을 빼고 나면 아기자기하게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을 보여줄 만한 것이 무엇인지 막연한 경우가 많다.

이번에 홍대형 교수가 펴낸 『한국의 건축문화재』 서울편은 그럴 때 안성맞춤인 신간이다.

홍교수가 펴낸 『한국의 건축문화재』는 서울의 문화재를 총망라했으며, 아주 객관적인 사항만을 수록해 오히려 보는 사람에게 판단을 맡긴다는 편안함이 깔려 있다.

대표적 고궁뿐 아니라 서울 곳곳에 흩어져 있는 조선시대에서 근대에 이르는 전통가옥들에 대한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이 곳에서 시대의 흐름을 따라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들이 보이는 듯하다.

또 1897년 완공된 빅토리아양식의 정동교회가 처음 예배를 보던 당시에는 회중석에 남녀를 가리는 휘장이 있었으며, 바닥에 앉는 좌식이었다는 내용 등은 건축을 통해 듣는 지나간 삶의 이야기로 흥미를 끈다.

자동차로 흔히 지나치는 길목에 위치한 세검정이나 서울역, 구 제일은행 본점 등이 언제 지어졌으며 어떤 내력을 가진 건물들인지 자세히 알 수 있어 서울에 사는 재미를 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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