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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한국형 연구병원 연내 선정 … 10년 내다본 밑그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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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의료는 성장에 한계를 맞고 있다. 치료를 하고 돈을 받는 것만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잘나가는 대형병원들도 휘청거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성장 동력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그 대안이 바로 연구중심병원이다.

 ◆신약·로봇 등 만들어 수익 내야

연구중심병원이란 쉽게 말해 치료나 수술 같은 임상진료보다 연구에 집중하는 병원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병원 수익의 90%이상이 진료 수익이다. 하지만 연구중심병원으로 바꿀 경우 적게는 5~10%에서 많게는 30~40%까지 진료가 아닌 연구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예컨대 제약사와 함께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들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고, 여러 제약사의 임상시험을 대행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치료에 쓰이는 수술용 로봇이나 기구를 만들 수도 있다.

 환자를 위한 맞춤 치료를 한다는 의미도 있다. 환자의 유전체를 분석·연구해 부작용이 적은 최적의 암 치료제를 처방하는 연구 또한 연구중심병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맞춤치료와 신의료기술 개발을 통한 진료 기술 고도화로 해외환자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인적자원도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의료 분야에는 최고급 인재가 포진돼 있어 이들 인재의 일부를 보건의료 산업화와 국부창출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10년 뒤엔 한국형 연구중심병원 완성

이런 연구중심병원에 대한 논의는 2005년도부터 시작됐다. 의료계 각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의료 선진화와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한 최적의 방향이 연구중심병원으로의 전환이라는 결론으로 모아진 것. 2005년 의료선진화 위원회가 발족돼 2006년 복지부에서 시범사업 형태로 혁신형 연구중심병원을 선정했다. 당시 6개 병원이 선정돼 병원당 5년간 총 225억원을 지원받았다. 2006년에는 연구중심병원 제도화를 추진했고, 2011년엔 연구중심병원 법제화를 위한 보건의료기술진흥법 및 하위 법령 개정을, 이어 연구중심병원 지원 방안 협의를 추진했다.

 복지부는 향후 10여년 뒤 한국형 연구중심병원 완성이 목표다. 3단계에 걸쳐 단계적 목표 달성을 이룬다는 방침이다. 첫 번째 연구중심병원 선정은 올해 말로 예정돼 있다. 아직 선정 병원의 개수와 지원 금액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

 이후 2015년까지 지속 가능한 연구지원시스템 구축, 2018년까지는 기술 사업화 기반 조성, 2021년까지는 고부가가치 제품 서비스 창출로 R&D 선순환을 이룬다는 게 큰 밑그림(가안)이다.

 ◆연구비 보조, 세제 감면 등 혜택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되면 많은 혜택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청수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은 “연구 지원금은 어떻게 분배될지 모르지만 연구비를 제외하고도 꽤 혜택이 있다. 때문에 다들 연구 중심병원에 들어가기 위해 애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논의 중인 제도적 지원은 다음과 같다.

 우선 조세감면이다. 연구인력개발비와 학술연구개발용 물품비의 세금, 연구시설용 부동산 취득세나 재산세 등을 면제할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연구원 수령 활동비에 대한 소득세, 연구 목적으로 민간 기부금을 조성하는 안도 논의 중이다.

 이런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복지부는 세 가지 핵심 요건 충족안을 발표한 바 있다. 첫째는 소프트웨어적인 시스템이다. 단기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행정시스템을 갖췄는지 평가한다. 독립적인 연구조직과 재무관리 시스템이 그 예다. 연구인력 정착을 위한 합리적 인사 시스템도 갖췄는지 본다. 두 번째는 연구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연구 참여 임상의사와 연구전담의사 등 핵심연구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핵심연구시설과 장비를 갖췄는지도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연구 역량을 본다. 우수연구실적, 기술이전 건수, R&D투자비율, 국내외산학연 협력연구실적 정도를 평가한다.

 이런 세 가지 기준을 충촉시켰는지에 대해 평가한 뒤 연구 및 산업화 역량(최근 3년간 연구 실적 및 연구 논문 수, 신의료 기술 건수 등)과 산학연 네트워크 실적 정도를 평가한다. 이런 여러 지정 기준에 대한 평가 점수를 합쳐 정부가 투자할 연구중심병원을 최종 지정한다. 지정 후에도 3년마다 재평가를 해 운영 계획안을 달성하지 못한 병원은 지정을 취소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기준안은 아직 확정 된 것은 아니지만 비슷하게 갈 것이라는 의료계의 전망이다. 전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 TF팀 선경 교수는 “정부가 내 놓은 연구중심병원의 정책안과 예산은 병원을 연구중심병원 체제로 개편하기 위한 하나의 유인책에 가깝다. 어느 병원이 예산을 얼마를 가져가느냐는 핵심은 아닐 것”이라며 “연구중심병원에 뜻이 있다면 병원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과 체질 개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중심병원, 교수들의 생각은 (주요 병원 19곳 설문조사)

우리나라 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정부의 연구중심병원 선정이 연내 발표를 앞두고 있다. 병원들은 저마다 연구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체질개선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중앙일보헬스미디어는 연구중심병원 선정에 앞서 주요 병원 19곳을 대상으로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각 병원마다 15부씩 의뢰했으며, 중복 응답을 한 설문지를 제외하고 총 136명의 의견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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