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편집장 "싸이, 6개월 전이었으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미국 대중음악잡지 빌보드의 음악담당 편집장 벤저민 잉그램. [사진 JTBC]
싸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6개월만 일찍 나왔어도 벌써 빌보드 정상에 올랐을 것이다.”

 미국 대중음악잡지 빌보드의 음악담당 편집장 벤저민 잉그램의 평가다. 그는 매주 발간되는 빌보드 잡지의 음악담당 에디터로 일하면서 4개의 다른 잡지 편집도 관장하는 랩 음악 전문가다. 지난달 뉴욕 한국문화원 주최로 열린 K팝 경연대회 심사위원을 맡았을 정도로 K팝에도 관심이 많다. 중앙일보·JTBC가 잉그램을 뉴욕의 빌보드 본사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강남스타일을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 음악시장에선 4분기에 각종 앨범과 대작 싱글이 쏟아져 나온다. 쟁쟁한 경쟁자가 그만큼 많다. 그 틈바구니에서 강남스타일이 이렇게 짧은 기간에 성공한 건 놀라운 일이다. 6개월 전에만 나왔어도 벌써 몇주째 1위를 하고 있었을 거다.”

 - 미국에서 강남스타일이 뜬 이유는.

 “잘 만든 뮤직비디오 덕분이다. 처음 싸이의 뮤직비디오을 봤을 때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로웠다. 여기에 재미난 춤을 가미해 단지 듣기만 하는 곡이 아니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음악으로 만들었다. 유튜브란 매체를 효과적으로 활용했고 저스틴 비버를 키워낸 스쿠터 브라운이란 스타 매니저가 뒤를 받쳐줬다. 모든 게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과거엔 상상도 못했을 일이 벌어졌다.”

 - 싸이는 라이브공연이 강한데.

 “미국시장에선 라이브공연이 굉장히 중요하다. 싸이의 라이브공연은 안 보면 후회한다는 입소문이 나야 한다. 미국의 초대형 스타들이 라이브공연에 집착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 1996년 14주 연속 빌보드 1위를 한 ‘마카레나’도 후속곡이 없었다. 강남스타일은 어떨까.

 “강남스타일처럼 초단기간에 빅 히트한 곡은 단발성으로 끝날 위험성이 크다. 마카레나 역시 노래와 춤은 아직도 유명하지만 가수가 누구였는지는 잘 모른다. 강남스타일에 안주하지 말고 싸이라는 가수를 알리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

 - 싸이와 미국 음반 계약을 맺은 스타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은 누구인가.

 “브라운은 이미 저스틴 비버, 칼리 레이 젭센 등 빌보드 정상을 차지한 아이돌 스타를 길러낸 인물이다. 싸이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미국시장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줄 최적임자다.”

 - 싸이의 성공이 미국시장에서 K팝을 보급하는데 도움이 될까.

 “강남스타일이 떴다고 다른 K팝 역시 히트할 거라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6개월 전까지만 해도 K팝엔 전혀 관심 없었던 사람들이 싸이를 알게 되면서 K팝에 친숙해진 건 사실이다. 더욱이 K팝은 인터넷 시대에 가장 잘 진화한 장르다. 뮤직비디오가 요즘 세대에 맞게 시각적이고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보급되고 있다. 열성적으로 K팝을 주변에 알리는 한국인 팬들이 많다는 것도 한국 가수들에겐 큰 자산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