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엄마에 자폐증 동생…"천사를 찾습니다"

미주중앙

입력

옷가지와 짐이 쌓여 있는 좁은 집에서 이미나씨(아이 안고 서 있는 사람)와 가족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6시. 싱글맘인 이미나(22)씨는 오늘도 딸(4)과 여동생(10)을 데리고 퀸즈 자메이카의 집에서 플러싱에 있는 직장과 학교로 향한다. 버스를 갈아타며 2시간 이상 걸리는 출근길 겸 등굣길은 이제는 익숙해진 하루 일과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인 어머니(43)와 자폐증을 앓고 있는 남동생(12)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지난달 이씨는 11월 7일까지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비우라는 통보를 받았다. “집주인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판다고 해요. 직장과 학교가 있는 플러싱으로 가고 싶은데, 정부 보조금으로는 맞는 집을 찾기가 힘들어요.”

10년 전 아버지의 상습적인 폭행은 부모의 이혼과 어머니의 우울증으로 이어져 현재 이씨는 마트 캐셔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남편과는 딸을 낳은 후 헤어졌다.

퇴근 후 이씨는 지친 몸을 이끌고 도서관에서 기다리고 있는 딸과 여동생을 데리고 스쿨버스를 타고 등교한 남동생이 있는 복지시설까지 걸어가 다시 자메이카행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잠깐 쉴 틈도 없이 저녁 준비 등 집안일을 하고 나면 어느덧 고단한 하루가 저문다.

어머니는 현재 중증 우울증과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8개월 전에는 우울증 증세가 심해져 3개월 동안 입원하기도 했다.

남동생도 감정 기복이 심하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늘 미나씨의 손길이 필요하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천식을 앓고 있는 7살짜리 막내 여동생은 현재 한 이웃의 도움으로 따로 지내고 있다.

이씨는 “예전에는 아동서비스국의 도움을 받았지만 지금은 성년이 됐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한국에 있는 이씨의 외가는 어머니의 이혼 이후 소식이 끊긴 상태다.

한 달 안에 새로운 집을 구하지 못할 경우 이씨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 이씨는 “어린 아이들도 많고 정부 보조금을 받는 형편이라 집주인들이 꺼려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집 문제와 더불어 동생들과 딸의 양육도 큰 고민이다. “딸을 낳고 너무 힘들어 동생들과 어머니를 두고 집을 나간 적이 있어요. 그때는 다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떻게든 좌절하지 않고 어머니와 아이들을 잘 돌보고 싶어요.” 한창 젊음을 즐겨야 할 스물 두 살이지만 이씨에게는 싱글맘 가장으로서의 삶의 무게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그는 오늘도 새벽의 찬 바람을 헤치며 집을 나선다.

한편 이씨에 대한 지원 문의는 뉴욕중앙일보와 한인 단체들이 펼치고 있는 '2012 희망을 쏜다' 범동포 캠페인의 일환인 '천사(1004) 펀드' 운영위원회(347-380-0790)로 하면 된다. e-메일 문의는 pae.gihyun@koreadaily.com.

강주희 인턴기자 porori3@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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