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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세종대왕상 앞 자음·모음의 ‘한글 시계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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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글날을 맞아 세종대왕상 앞에 한글 자모로 디자인한 탑을 세운 전재현 상명대 교수.

9일 제566돌 한글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 두 개의 높은 탑이 솟았다. 형형색색의 한글 자모로 디자인한 사각형의 시계탑이다. 서울 시민의 24시간을 형상화한 이 탑은 전재현(49) 상명대 산업디자인 전공 교수의 작품이다. ‘2012 한글주간’ 행사를 주최한 문화체육관광부 요청으로 출품했다. 시민들로 붐비는 광장 한켠에서 시계탑 마무리 손질을 하던 전 교수는 “세종대왕께서 마음에 들어하실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는 작품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글 서체의 아름다움과 디자인 소재로서의 유용성을 설명하느라 분주했다.

 전 교수는 “일본과 서구의 디자인 전문가들이 한글의 아름다움, 매력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한국에서는 한글이 외면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광화문을 찾는 많은 이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한글을 아름답다고 찬사를 보낼 정도로 한글은 그 자체로 뛰어난 조형적 요소를 갖추었다는 게 전 교수의 주장이다.

 한글자모로 두 개의 탑을 형상화한 건 조선시대 품계석(品階石)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품계석은 조선시대 궁궐의 앞 뜰에 문무백관의 서열을 새겨 세워놓은 돌을 말한다. 품계석 모양을 본딴 사각기둥을 크게 형상화해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업적을 상징성있게 표현하려 했다고 한다. 전 교수는 “탑의 높이를 의자에 앉아 계신 세종대왕의 무릎보다 높지않게 한 건 왕의 권위와 위상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탑 위에는 아날로그 시계를 디자인했다. 전 교수는 “광화문 광장에서 없던 시계탑이 생긴 것”이라며 “ 시민들이 이곳을 약속장소로 삼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한글자모를 소재로 가구와 찻잔 등을 디자인하는 작품활동을 꾸준히 벌여왔다. 2년 전에는 한글주간을 맞아 한글자모를 이용한 가구전시회(‘한글에 앉기’)를 기획했다. 그때 만든 한글 형상 의자는 서울시의 요청에 따라 청계천 등 시민들이 즐겨찾는 장소에 비치돼있다. 전 교수는 “한글에 대한 세계인들의 애정을 한류 에너지로 잘 만들어간다면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글 자모 시계탑은 한글주간이 끝나면 상징적인 장소에 재설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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