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핵분열 어디까지 왔나] 건설 · 반도체등 제 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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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를 넘기면서 현대그룹 구조조정의 핵심인 계열분리 작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순조로운 진행은 아니다.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 계열분리와 현대건설 출자전환, 현대투자신탁증권의 해외 매각 등은 정부.채권단이 설정한 6월말 시한을 넘겼다.

그러나 지주회사격이었던 현대상선이 활발한 지분정리를 통해 독립경영을 앞당기고 있으며, 하이닉스의 대규모 외자유치 성공 등 의미있는 성과도 있다. 하반기로 넘어온 현대 계열사의 구조조정 현황과 전망을 집중 점검한다.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현대그룹 27개 계열사 가운데 핵심 기업들은 대부분 연말까지 홀로서기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하이닉스반도체의 계열분리는 6월말 시한을 넘겼지만 이달중 해결될 전망이며, 현대투신증권.현대증권 매각도 다소 지체되고 있으나 곧 해결될 것으로 현대측은 내다보고 있다.

또 현대석유화학은 대주주의 경영권 포기로 현대건설과 같이 조만간 출자전환된 뒤 그룹에서 떨어져 나갈 운명이며, 연말까지 계획됐던 현대중공업의 계열분리는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 계열사들 홀로서기 가시밭길=하이닉스반도체는 최근 해외주식예탁증서(GDR) 12억5천만달러 발행으로 유동성 위기를 넘겨 계열분리 후 독립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특히 보유중인 유가증권이 1조6천억원 정도 남아 있고 내년도 채무조정을 위해 전환사채(CB)를 1조원정도 발행해 대비하고 있어 더 이상 유동성 문제는 없을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 가격이다. 현재 가격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도체 경기가 빠른 시일내에 회복되지 못하면 하이닉스반도체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대석유화학은 2조6천억원 규모의 부채와 외자유치 실패로 고전하고 있다. 그러나 대주주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가 추가지원 대신 완전감자를 수용할 전망이라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실시한 후 10월까지 제3자에 매각할 가능성이 커졌다.

회사 관계자는 "매각될 경우 국내 H.L사 등 2~3개사와 덴마크의 보레알리스사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고 말했다.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한고비를 넘긴 현대건설도 아직 불투명하긴 마찬가지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2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를 신청, 조만간 그룹에서 공식 분리될 전망이다.

채권단이 지난 6월말까지 출자전환.유상증자.전환사채(CB)발행 등을 통해 지원하려던 2조9천억원중 2천5백억여원은 채권단 내부의 이견으로 차질이 빚어졌지만 이달말까지는 마무리될 예정이다. 2조원 규모의 대출금은 연말까지 만기 연장돼 자금사정은 일단 좋아졌다는 평가다.

현대건설은 그러나 국내 건설경기가 크게 좋아지지 않는데다 최저가 낙찰제 도입으로 공공 공사의 수익성이 떨어질 전망이어서 영업여건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현대상선 등은 순항 기대=현대투신증권 매각 협상은 6월말 시한을 넘겼지만 이달중에는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현대측이 매각 전제조건인 현대증권의 지분을 미국 AIG측에 넘기기로 하고 협상을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증권 주식 1천7백82만주(16.6%)를 1주에 1만6천원씩 2천8백52억원에 매입했던 현대상선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 매입가격 이상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현대증권과 현대투신.현대투신운용이 AIG에 인수될 경우 국내 증권산업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현재 외국계 증권사로는 굿모닝과 메리츠가 있으나 모두 중형 수준이어서 증권산업을 리드할 위치는 아니다" 며 "그러나 AIG가 그동안 수익성 위주로 경영해온 현대증권을 인수한 뒤 수익성에 덩치(규모)까지 내세워 공격 경영을 할 경우 증권산업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걸림돌 중 하나였던 현대석유화학 처리와 현대상선의 중공업 지분 매각 문제등이 빠르게 해소돼 연말예정인 계열분리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9.83%.9백47만주)인 현대상선이 최근 중공업 보유지분 4백만주를 매각하는 등 지분 전량을 단계적으로 매각하고 있어 곧 계열분리 조건이 충족될 전망이다.

1999년말 1조5천억원에 이르던 각 계열사 지급보증 규모도 6월말 현재 1천30억원으로 줄여 놓았다.

그동안 정몽헌회장 계열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아왔던 현대상선은 부실 계열사들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지분을 팔아 재무구조도 개선하면서 독립경영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구조조정과 부채감축을 위한 외부 컨설팅 결과가 나오는 8월께 독립경영체제를 공식화하고 본업인 해운업에 전념할 계획이다.

현대 구조조정위원회 현기춘 상무는 "현대중공업마저 분리되면 옛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은 사실상 막을 내리는 셈" 이라며 "이후 남게 되는 소규모 10여사는 그룹으로 볼 수 없을 정도" 라고 말했다.

김남중.양선희.정재홍 기자 n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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