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성 단일화는 꼼수 어떻게 돼도 우리가 승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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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호 05면

야권 후보 단일화 변수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박근혜 캠프는 내부 사정도 복잡하다. 4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선 “박근혜 후보를 제외하곤 모두 바꿔야 한다”는 ‘친박(친박근혜) 후퇴론’이 봇물처럼 터졌다. 하지만 “대선이 코앞인데 그러면 누가, 어떻게 대선을 치르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외부 인사 영입엔 브레이크가 걸렸다. 시인 김지하, 연극배우 손숙, 유도선수 김재범 등 영입 대상 인물이 줄줄이 손사래를 쳤다. 박근혜 캠프의 조윤선(46) 대변인에게 속사정을 물었더니 “어떤 국면이 펼쳐지든 이번 대선은 상당히 어려운 선거가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朴캠프 조윤선 대변인이 보는 야권 단일화

-새누리당과 박근혜 캠프에 내부 갈등이 번져 가는데.
“대선은 정당이 치르는 가장 큰 규모의 전쟁이자, 종합예술이다. 전쟁에 이기려면 면밀한 전략과 용인술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새누리당은 그런 면에서 미흡한 게 사실이다. 늦지 않은 시기에 그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과 후보를 위해 열심히 일할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관건이다.”

-캠프 운영 방식은 어떤가.
“외부 인사들로부터 ‘좀 더 발랄하고 창의적인 행보를 하라’는 조언을 많이 듣는다. 다른 캠프는 명랑한데 우린 안 그렇다고 한다. 조금씩 캠프 무게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더 발랄하고, 더 창의적인 분위기로 국민에게 다가가면 기존의 책임감이 강하고 신중하지만 다소 무거운 이미지의 박 후보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외부 인사 영입은 왜 어려운가.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영입할 때까지만 해도 신나게 잘했다. 그런데 요즘엔 정말 골치 아프다. 같이 일해 달라고 부탁해도 선뜻 그러겠다고 하는 분이 없다. 명망 있는 분들은 정당에 소속돼 일하는 걸 원치 않는다. 또 우리와 거리가 먼 인사들일수록 당과 후보에게 도움이 될 텐데, 그런 분들은 영입이 더욱 어렵다. 박근혜 후보는 외부 인사를 만날 땐 휴대전화를 꺼놓고 그분의 말씀을 최대한 경청하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당의 내부 사정 탓인가.
“당내 일부에서 영입 완료 전에 실명을 거론하는 게 문제다. 언론에 공개되면 외부 인사가 결단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거의 해당 행위다. 전문가들을 영입하려면 먼저 정당에서 일하는 게 어떤 건지부터 설명하고 차근차근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그런 경솔함이 문제를 불렀다. 안타깝게 함께하지 못하게 된 외부 인사들께는 언제, 어디서든 우리 캠프에 지혜를 나눠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새누리당과 박 캠프의 돌파구는 뭘까.
“우리의 길을 묵묵히 가면서 ‘신뢰’란 단어가 정치에 새롭게 새겨지도록 노력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정책이라면 이미 4 순위까지 마련할 정도로 틀을 갖췄다. 중심은 ‘가정의 행복’이다. 어린 시절 ‘평범함의 결핍’을 겪은 박 후보는 ‘평범한 가정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 박 후보의 염원이 국민에게 잘 전달될 것이라고 믿는다.”

-야권의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단일화될 것으로 보나.
“두 후보가 단일화되면 표는 많이 얻을 거다. 하지만 표 외에 무엇을 얻으려는 건지 묻고 싶다. 어떤 정책과 철학을 같이할 것인지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아니 안철수 후보는 아직 정책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비전 없는 단일화는 정치 퇴행이다. 어떤 선진국에도 없는 부끄러운 일이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총선부터 파트너를 바꿔 가면서 단일화를 했고, 하려고 하는데 우리 국민의 수준을 무시하는 행동이다.”

-야권 단일화 후보와 싸워도 박 후보가 승리할까.
“1 대 1 구도가 되면 유권자 입장에선 다이내믹하고 재미있는 대선이 될 거다. 야당 후보가 하나가 나오든 둘이 나오든 우리로선 굉장히 어려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그렇다 해도 정책과 철학에서 우리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거라고 본다. 야권의 이벤트성 단일화라는 게 꼼수 아닌가.”

-야권의 두 후보를 어떻게 생각하나.
“문재인 후보는 온화한 성품을 가진 분이다. 하지만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데 조건을 건다거나 당내 활동을 보면 편 가르기 유전자(DNA)가 있는 거 같다. 안철수 후보는 세계적 석학이고 좋은 일도 많이 했다. 하지만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다운계약서, 논문 표절 등에 대한 의혹 제기에 대해 네거티브라고 발끈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 청춘 콘서트에서 소통한 방법으로 검증에도 성실하게 소통해야 한다.”

-박근혜 후보는 어떤가.
“자상하지만 엄할 땐 엄한 ‘큰언니’ 같다. 이번 여름에 팥빙수를 한 번도 못 먹었다고 말했더니, 이후 카페에 들를 때마다 팥빙수를 시켜줄 정도로 주변 사람을 챙긴다. 또 2007년 경선 때 입던 옷을 여전히 입고 다닐 정도로 검소하다. 같은 여자로서, 정치 선배로서, 배울 만한 점이 많다. 여자 대통령이 나오면 사회 활동 전반에 양성화가 자연스럽게 진행될 거다. ‘여자 대통령’이란 상징성 자체에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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