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혼과 특별한 경험을 줄 수 있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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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호 13면

파리 조르주 상트 거리에 새로 문을 연 BMW 브랜드 스토어 내부.

파리 중심가 조르주 상트(George V) 거리 38번지. 세계적인 럭셔리 플래그십 스토어가 모두 모여 있는 이곳에 명차 브랜드 BMW가 얼마 전 첫 번째 브랜드 스토어를 개장했다. 800㎡(약 243평)에 달하는 쾌적한 공간이다. 거대한 통유리로 만든 쇼 윈도에는 두 대의 신형 BMW가 마주보고 있다. 천장과 벽면에 경사지게 붙여놓은 네온 보드의 형광색이 바뀔 때마다 명차의 실루엣이 어른거린다.

파리 BMW 브랜드 매장서 ‘명품의 조건’ 대담

파리 모터쇼 개막 전날인 9월 26일 저녁, 이곳에서 흥미로운 행사가 열렸다. 모터쇼에 참석한 전 세계 언론과 관계자를 대상으로 ‘진정한 럭셔리란 무엇인가’라는 주제 아래 대담이 펼쳐진 것. 파리 브랜드 매장을 설계한 미국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에릭 칼슨과 BMW의 자동차 외관총괄을 맡고 있는 카림 아비브가 발레리 에녹스 BMW 브랜드 매장 대표의 사회로 이야기를 나눴다.

아비브는 ‘럭셔리’의 공통점은 남다른 품질이며 맞춤 슈트처럼 고객 하나 하나에게 딱 맞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명품은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합니다. 명품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보상이 됩니다. 고객은 명품 뒤에 있는 영혼 혹은 장인정신과 그렇게 대화를 하는 것이죠.”

칼슨은 “바로 그 명품의 에센스를 매장 설계에 담아내려 했다”며 “BMW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볼텍스(뮌헨에 있는 회오리바람처럼 생긴 뒤틀린 건물)에서 영감을 받아 자동차에 시선이 집중하도록 매장을 꾸몄다”고 설명했다.

아비브= BMW를 BMW이게 하는 특성 중 하나는 혁신이다. 혁신은 고급스러움과 희귀성을 낳는다. 또 다른 특성은 비율의 미학이다. 엔지니어들은 차체의 구성에 매우 공을 들인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도록 만드는 것은 사실 굉장히 품이 많이 든다. 그리고 이 과정에 우리는 많은 투자를 한다.

칼슨= 중요한 열쇠는 정보나 창의력에만 있지 않다. 끊임없는 연구와 재평가 역시 중요하다. 최근 명품 부티크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성장 과정을 살펴봤는데 흥미롭다. 사람들은 부티크에 와서 물건만 사고 나가는 게 아니다. 경험을 원하고, 교육받기를 원하고, 새로운 것에 노출되길 원한다.

아비브= 동의한다. 모든 건 하나의 과정이다. 자동차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모든 일은 종이 한 장에서 시작하지만 수천 명의 엔지니어가 많은 기술적 과정을 거치며 협력한 결과 한 대의 자동차가 탄생한다. 스튜디오에서 완성된 자동차를 바라보는 순간이 가장 즐겁다. 자동차와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 자동차는 그 디자이너의 일부다.

청중= 명품이 좋긴 한데 결국 가격이 문제 아닌가. 명품의 민주화는 불가능한 것인가.

아비브= 모든 것은 과정이다. 처음엔 가격이 너무 높았지만 그 효용을 인정받아 사람들이 투자를 해서 이젠 널리 쓰이는 상품이 많다.
칼슨= 명품에 대한 정의는 제각각 다르다고 본다. 예를 들어 1년에 한 번 근사한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는다면 그 경험은 나만의 럭셔리가 된다. 그리고 그 경험을 아끼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명품의 민주화는 벌써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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