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목표주가 850달러… 아이폰 능가할 후속작이 관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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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호 20면

애플이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110조원)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울 수 있을까. 56세의 이른 나이에 타계한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1주기를 맞아 투자자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1조 달러는 애플이 잡스 없이도 혁신을 지속할 수 있다는 걸 자신하는 상징적 숫자”라고 말했다. 1조 달러는 경제 규모 세계 15위인 한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치다. 애플 주가는 잡스의 부재 속에서도 순항해 왔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기업가치 1조 달러 넘보는 애플

먼저 지난 1년간 애플이 팀 쿡 CEO 체제에서 거둔 주식시장의 성과를 정리해 보자. 미 뉴욕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애플은 글로벌 증시 사상 최고 시장가치를 이룬 기업이다. 지난 8월 21일 주가 665달러, 시가총액 6230억 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MS)가 1999년 기록한 6205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9월 19일에는 주가 702.1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애플의 1년 주가상승률은 73%다. 정보기술(IT) 분야 경쟁기업들에 비해 가파른 상승세다. 삼성전자가 63%, 구글이 52% 등 만만찮게 올랐지만 애플의 주가상승률을 밑돈다. MS는 15% 오르는 데 그쳤고, 노키아는 무려 51% 급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을 보면 구글(2518억 달러)·MS(2502억 달러)·노키아(99억 달러)를 합쳐도 애플 시가총액(6117억 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영업이익, 99년 MS의 5배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이 향후 6개월 안팎의 애플 주가를 예측한 ‘목표주가’를 보면 750달러 이상으로 오를 여력은 충분하다. 독일 도이체방크는 최근 애플의 목표주가를 기존 775달러에서 850달러로 9.7% 상향 조정했다. 영국 바클레이스는 810달러,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는 750달러를 제시했다.

시가총액이 1조 달러가 되려면 애플 주가는 1066.8달러가 돼야 한다. 5일 현재 652.59달러인 애플의 주가가 지금보다 60% 이상 올라야 한다는 얘기다. 긍정론자들은 지금까지의 애플 주가 상승 추세를 볼 때 1조 달러 돌파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1년간의 주가 상승 속도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1년 뒤엔 내년 10월 중순께 1조 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의 닉 빌튼 칼럼니스트는 최근 칼럼에서 “기업가치 1조 달러 달성은 지구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을 처음 정복하는 것만큼 어렵지만 애플은 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시점을 2015년 4월 9일 11시쯤이라고 콕 짚어 예측하기도 했다.

애플 주가의 낙관론자들은 애플 주식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고 본다. 정석훈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올해 애플의 영업이익은 550억 달러로 99년 MS의 영업이익 110억 달러의 무려 5배에 달한다. 주가가 앞으로 훨씬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도 15%로 만만찮지만 애플은 두 배 이상인 33%다.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평가하는 주가수익비율(PER)로 볼 때도 애플의 PER은 15배로 구글의 22배보다 훨씬 낮다.

지난달 21일 출시된 아이폰5의 판매 전망은 밝은 편이다. 출시 후 첫 주말 사흘간 500만 대를 팔아 연말까지 총 5000만 대 넘게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출시 예정인 아이패드 미니가 아이폰5에 이어 인기몰이를 할 거란 기대감도 크다. 바클레이스의 벤 레이츠 애널리스트는 “아이패드 미니는 이전 아이패드보다 교육용 e북이나 게임용으로 쓰기가 좋다. 연말까지 1000만 대가량 팔릴 것 같다”고 말했다.

애플-삼성전자 특허 소송전에서 지난 8월 미 캘리포니아 법원의 1심 배심원 평결이 애플의 손을 들어준 것도 주가에 호재다.
“배심원 평결 결과와 비슷하게 법원이 판결을 내린다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제조회사들은 미국 내에서만 애플에 스마트폰 한 대당 25달러의 특허 사용료를 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안드로이드폰 가격 상승 효과로 이 휴대전화기 사용자의 25%를 아이폰 사용자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낙관론자들은 잡스가 세상을 뜨기 전 애플의 향후 10년 청사진을 그려놨다고 본다. 태블릿PC 시장을 아이패드가 장악하고, TV 시장에는 애플이 내년에 내놓을 iTV가 새롭게 진입해 점유율을 높이는 구도를 만들어놨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앱스토어와 아이클라우드의 매출을 본격화하는 것도 잡스가 생전에 구상한 그림이다. 정석훈 펀드매니저는 “4, 5년 뒤에는 애플의 앱스토어 매출이 구글의 전체 매출과 맞먹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5일 팍스콘 노동자 파업설로 주가급락
애플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고 보는 이들의 논거는 뭘까. 애플이 아이폰·아이패드 이상의 혁신 제품을 내놓지 못할 거라는 게 핵심 내용이다. 애플 주가는 아이폰5 출시일인 지난달 21일 700달러를 기록한 뒤 미끄러져 600달러대 중반에서 횡보하고 있다. 애플의 차세대 제품으로 주목받는 iTV를 기존 스마트TV와 차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이가 많다. 특히 애플이 미래 디지털 산업의 핵심인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야에서 구글 등 경쟁업체에 뒤진다는 분석이 있다. 빅 데이터는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로 방대한 양의 사회·경제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기술이다.

애플의 현재 주식가치가 저평가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소현철 애널리스트의 말이다.

“IT기업의 주가는 현재의 PER만큼이나 무형의 미래가치가 중요하다. 잡스 생전의 애플은 미래를 개척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제는 그런 미래 비전이 잘 보이지 않는다. 미래가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PER 15배는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다.”

최근 불거진 아이폰5의 지도 오류 서비스 같은 품질 문제나 중국 현지 생산공장인 팍스콘의 열악한 근로 환경은 애플의 혁신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요소다. 애플 주가는 5일 팍스콘 노동자 파업설로 이날 전일 대비 무려 14.21달러(2.13%) 급락한 652.59달러를 기록했다. 팍스콘 노동자들은 애플 본사의 아이폰5 품질개선 요구로 연휴 근무를 하게 된 데 대한 불만으로 파업에 들어갔다고 중국노동감시(China Labor Watch)라는 미 인권단체가 전했다. 팍스콘은 이를 부인했다.
삼성과의 특허 소송이 장기적으로는 애플 브랜드 가치에 악영향을 줄 거라는 분석도 있다. 창의적인 혁신을 이루는 대신 경쟁자를 특허로 몰아붙여 이익을 내는 기업이라는 인상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인터넷 여론조사업체 유거브가 11일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월 특허 평결 이후 삼성전자에 대한 호감도는 상승한 반면 애플은 하락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삼성전자 위상이 갈수록 커지는 것도 부담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9.7%로 2분기 연속 1위를 기록했다. 2위 애플(18.8%)에 10%포인트 이상 앞선 수치다. 5일 발표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8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매출은 9.2%, 영업이익은 20.5%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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