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캠프로 간 한광옥 “통합 헌신” … 안대희는 “쇄신 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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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왼쪽)이 5일 새누리당 입당 기자회견을 위해 황우여 대표와 함께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로 들어서고 있다. [김형수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적진의 장수였던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와 악연이 있는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반발하고 나섰다. 또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당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외부에서 영입된 김·안 위원장은 모두 박 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왔다. 게다가 당내에선 쇄신론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대선을 74일 앞두고 대안 찾기가 마땅찮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5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캠프에 합류했다. 전북 전주 출신인 그는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는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한나라당 출신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국민통합추진위원장으로 영입한 데 이어 새누리당이 한 전 고문을 기용하며 응수한 모양새가 됐다.

 한 전 고문은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로 불리는 동교동계 핵심이다. 새누리당에선 그의 영입이 박 후보의 호남 득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전 고문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대통합은 시대정신이자 입당의 결정적 계기”라며 “박 후보와 대화하며 국민대통합, 지역·계층·세대 간 갈등 해소, 전향적인 남북통일 추진 등 세 가지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후보보다 박 후보가 국민대통합에 더 적임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박 후보는 준비된 대통령 같다. 세종시 수정안 논란을 볼 때 원칙과 믿음이 있는 분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또 동교동계에 새누리당 입당 의사를 전했는지에 대해선 “어제 현충원에 가서 김대중 대통령을 뵙고 각오를 밝히고 왔다”며 “동교동계뿐 아니라 과거 민주화 세력과도 앞으로 대화할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과 노선이 다르지 않느냐는 지적엔 “박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이 살아계실 때 어려운 사과를 했다. 민주화 세력들과 역사 속의 화해가 거의 다 이뤄졌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안대희

 박 후보는 지난 3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한 전 고문을 만났다고 한다. 이 자리에는 김용환 새누리당 고문이 동석했다. 한 전 고문과 김 고문은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김종필(DJP)’ 단일화 협상을 성사시킨 주역이다. 그는 또 김대중 정부 시절 1기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으로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고,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초대 대표상임의장으로 활동했다. 주로 통합이나 화합과 관련된 그의 경력이 이번 영입의 배경이 된 셈이다.

 하지만 그의 영입으로 당내에선 균열도 벌어졌다.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한 전 고문의 기용에 대해 “무분별한 비리인사 영입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인품이 좋은 분으로 알려졌지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쇄신위 입장에서 보면 쇄신 이미지를 깨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쇄신위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태업하듯이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도 했다. 다만 이번 일로 사퇴할 것이냐는 질문엔 “함부로 그렇게 하겠나. 때를 봐야지”라고 말을 아꼈다.

 안 위원장은 2003년 대검 중수부장 시절 한 전 고문을 나라종금 퇴출저지 청탁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한 전 고문은 이듬해 4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에 대해 한 전 고문은 “그때 뇌물을 줬다고 허위 증언을 한 것이 드러나 재심청구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후보는 이날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전 고문은 화합과 통합의 차원에서 일을 하러 오신 거지, 정치를 하거나 다른 일을 하러 오신 게 아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과거 법정에 섰던 한 전 고문의 전력을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그는 이어 “다른 몇 분을 또 영입해 함께 화합을 이끌어 갈 거다.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초 등 조만간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비롯한 나머지 인선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소아·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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