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나이 돼서야 골프 새롭게 보이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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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한 위창수가 5일 열린 최경주 CJ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 경기 도중 13번홀에서 티샷을 한 뒤 공의 방향을 쳐다보고 있다. [여주=연합뉴스]

“작년까지만 해도 내 골프에 많은 의심을 가졌다. 흔히 얘기하는 15번째 클럽인 ‘자신감’이 부족했다. 올해 불혹의 나이가 돼서야 골프를 새로 보았다(웃음).”

 5일 경기도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 골프장(파71)에서 한국프로골프투어(KGT) 겸 아시안투어로 열리고 있는 최경주 CJ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위창수(40·테일러메이드)다.

 위창수의 국내 대회 출전은 2009년 신한동해오픈 이후 3년 만이다. 그는 2005년 PGA 투어에 데뷔해 최경주(42·SK텔레콤)·양용은(40·KB금융그룹)과 함께 코리안 브러더스를 이끌고 있는 3인방 가운데 하나다. 아직 우승은 없지만 지금까지 준우승 다섯 차례를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에는 톱10 세 차례, 상금 168만 달러(약 18억6000만원)를 벌어들여 랭킹 42위에 올라 있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40대의 신비감’에 대해 털어놨다.

 “한때는 내가 타이거 우즈였으면 하고 바랐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가 아니다. 나는 위창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지금의 나로 서 있는 것이 매우 행복하다. 지난 2월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에서 ‘내 골프의 새로운 가치’를 확인했다.”

 위창수가 자신의 골프에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는 역설적으로 뼈아픈 패배였다. 그는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에서 PGA 투어 163번의 도전 끝에 찾아온 절호의 생애 첫 승 기회를 놓쳤다. 2위와 3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던 위창수는 첫 홀(파4) 1m 거리에서 3퍼트(더블보기)를 하는 바람에 무너지고 말았다. 우승은 이날만 8타를 줄이며 합계 17언더파를 적어낸 필 미켈슨(미국)에게 돌아갔다.

 위창수는 “내가 못 쳤다기보다는 미켈슨이 너무 잘 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사람은 일찍 전성기에 이르고, 어떤 사람은 다소 늦게 전성기에 이른다고 생각한다. 그날은 비록 패했지만 나에게 나의 길, 나의 골프 타입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PGA 투어에서 우승이 없을 뿐이지 국내외 무대에서 9승(아시안투어 3승·KGT 5승·유러피언투어 1승)을 한 중견 골퍼다. 1982년 11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지만 그는 30년이 넘도록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영주권만 있을 뿐이다. 그는 고교 시절 골프 유망주였다. 90년 17세의 나이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아마추어골프선수권에서 대회 사상 두 번째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네바다주립대 골프특기생으로 입학했고, 주니어와 대학 시절 우즈를 4차례 이긴 적이 있다. 위창수는 “고국 무대에서 오랜만에 경기를 한다. 우승을 한 지도 벌써 7년(2005년 GS 칼텍스 마스터스)이나 됐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 갈증을 풀고 싶다”고 웃었다. 위창수는 2라운드까지 중간 합계 5언더파로 선두에 5타 차 뒤진 공동 8위에 올랐다. 이날 2라운드는 짙은 안개로 2시간 출발이 지연되는 바람에 오후 조 선수들이 경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6일로 순연됐다. 대회 주최자인 최경주는 14번 홀까지 무려 8타를 줄이며 중간합계 10언더파로 친나랏 파둥실(태국)과 공동 선두에 올랐다. J골프가 6~7일 3, 4라운드를 오후 3시부터 생중계한다.

여주=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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