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女들, 생계가 아니라 이것 때문에…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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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아동 대상 성폭행 등 성범죄 관련 강력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제한적 공창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종암경찰서장 재직 시 성매매 단속에 앞장섰던 김강자 한남대 겸임교수가 “제한된 지역에서 성매매를 인정해주는 공창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히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여성계를 중심으로 “성매매 금지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상”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 교수와 조배숙 전 의원에게서 두 갈래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지역 제한해 생계형 성매매 허용해야

김강자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
전 서울종암경찰서장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전부터 우리나라에는 두 부류의 성매매자들이 있어 왔다. 첫 번째 부류는 생계를 위해 몸을 파는 여성, 그리고 성 욕구를 성 매수로 해결하고자 하는 밀입국자, 장애인, 독신남 등과 같은 성적 소외자들이다. 두 번째 부류는 명품 구입 등 생계 외의 목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여성과 부인·애인 등 성적 파트너가 있음에도 성매수를 하는 남성이다. 이 두 번째 부류가 전체 성매매자의 70%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당장 절실한 건 첫 번째 부류에 대한 생계 대책과 두 번째 부류 단속을 위한 성매매 단속 전담 경찰이다. 그러나 생계대책 예산 마련이 어렵고 단속 전담 경찰도 최소 1000명 이상은 돼야 한다. 이처럼 법 집행이 제대로 될 수 있는 여건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것이다.

 그 결과 다양한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우선 생계형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이들은 끼니를 잇기 위해 성매매를 해야 할 형편이다. 또 전담 경찰이 없어 민생치안 담당 경찰을 동원하다 보니 눈에 보이는 집창촌이 주된 단속 대상이 된다. 성매매 여성들은 단속을 피해 집창촌과 주택가 등에 있는 음성형 업소 사이를 오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들은 질이 나쁜 성매수 남성에게 강도·폭행 등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신도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등 신고를 못하는 약점을 갖고 있는 탓이다. 가장 중요한 인권인 먹고사는 권리를 해결해 주지 않은 채 인권유린의 상황에 밀어 넣은 것은 분명 심각한 문제다. 이런 가운데 두 번째 부류의 성매매자들이 성매매 방법을 바꾸어가며 음성형 성매매를 하고 있다. 성매매가 더욱 음성화되고 전국이, 주택가가 성매매 공간이 되고 있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찰의 성매매 단속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경찰관 수 부족으로 성폭력 등 강력사건에 대응할 치안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우리 여건에서 단 한 명의 경찰관도 매우 소중하다. 성매매 단속을 위해 민생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을 빼내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현실에 맞는 제도를 만드는 차원에서 검토돼야 할 것이 바로 제한적 공창제다. 필자가 경찰 재직 시 다년간 성매매 단속을 한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이기도 하다. 우리 실정에서 전면 금지도 어렵지만 완전히 합법화할 경우 두 번째 부류의 성매매가 더 증가하게 된다. 차라리 특정 지역을 지정해 그곳에서 첫 번째 부류만 성매매를 하게 해야 한다. 이 경우 성폭력 억제에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다. 성적 소외 남성으로서 성욕이 강하고 자제력이 약한 이들이 성폭력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성매매 여성 스스로 생계를 해결함으로써 정부에서 생계비를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도 있다. 또한 특별법 시행 이전부터 있어 왔던 성매매 여성 지원시설을 해당 지역으로 이전시켜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하면 탈(脫)성매매도 시키고 경찰과 연계해 성매수 남성과 업주의 인권유린을 감시·제어할 수 있다. 성병 예방·치료도 용이하다.

 특정 지역 바깥에서 이뤄지는 성매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 두 번째 부류는 노출을 꺼리고 단속 시 수치심이 강한 경향이 있다. 별도의 예산 지원으로 성매매 단속 전담 경찰을 확충해 이들을 집중 단속하게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성매매를 하는 우리 사회의 병든 성문화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김 강 자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 전 서울종암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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