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탐험] (34) - 그라운드의 지배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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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거의 별명은 정말 가지가지다.

'요요'(루이스 아로요)처럼 이름에서 비롯된 별명도 있고, 'No Neck'(월트 윌리엄스)처럼 외모 때문에 지어진 것도 있다.

'루이지애나의 번개'는 론 기드리가 루이지애나 출신이 아니었으면 만들어질 수 없었던 별명이며, 루 피넬라(현 시애틀 매리너스 감독)는 선수 시절 부드러운 스윙 덕분에 '스위트'란 별명을 얻었다.

4년동안 76패를 당한 휴 멀케이에게는 '패전투수'란 불명예가 붙혀졌으며, 자신의 라커에 2피트짜리 남성 심볼을 모셔뒀던 로스 그림슬리는 '불쾌한 놈(scuzzy)'으로 불러졌다. 뛰어난 작명가에 의해 탄생된 별명들도 있다. '펭귄'(론 세이) · '해피'(버트 후튼) · '불독'(오렐 허샤이저)은 모두 토미 라소다의 작품들.

여기 가장 영광스러운 별명 몇 가지를 소개한다.

◆ The Sultan of Swat

'장타의 제왕'은 통산 장타율 1위(.690) 조지 허먼 루스의 별명이다. 베이브란 별명에 식상한, 또는 베이브를 별명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좋아한다.

루스는 통산 2,873안타 중 47%에 달하는 1,356개(2루타 506개 · 3루타 136개 · 홈런 714개)를 장타로 날렸다. 현역선수 중 장타율 1위인 마크 맥과이어(.593), 올 시즌 80홈런에 도전하고 있는 배리 본즈(.567)도 모두 6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참고로 술탄(sultan)은 회교국의 왕, 대문자로 쓰여졌을 때는 옛 터어키제국의 황제를 의미한다.

◆ Rajah

인도의 왕 라저(Rajah)는 로저스 혼스비의 별명. 로저스란 이름과 야구 실력이 상호작용하여 만들어진 별명이다.

역사상 최고의 우타자로 꼽히는 혼스비는 완벽한 레벨스윙으로 7번의 타격왕을 차지했다. 특히 1924년에 기록한 .424는 20세기 최고의 타율이며, 1920년부터 25년까지의 6년연속 타격왕은 아직도 내셔널리그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 위대한 '인도의 왕'은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시즌 중에는 절대로 영화를 보지 않았다.

◆ King Carl

칼 허벨은 프랑크 왕국의 칼 대제(샤를마뉴)처럼 1930년대 자이언츠 왕국의 위대한 왕이었다. 허벨은 1933년부터 37년까지 5년연속 20승을 거두며 뉴욕 자이언츠의 마지막 전성기를 이끌었다.

특히 1934년 폴로그라운드에서 있었던 제2회 올스타게임에서의 피칭은 아직도 올스타게임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내셔널리그의 첫번째 투수로 등판한 허벨은 1회초 첫타자인 찰리 게링어에게 안타, 헤이니 매누시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그러나 허벨은 베이브 루스를 시작으로 루 게릭과 지미 팍스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허벨은 2회초에도 알 시먼스와 조 크로닌까지 삼진처리하며 당대 최고의 타자들을 상대로 5연속 탈삼진의 대기록을 세웠다.

1999년 페드로 마르티네스(보스턴 레드삭스)는 배리 라킨-래리 워커-새미 소사-마크 맥과이어를 상대로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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