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다시 돌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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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힘겨운 현실을 위로하는 시집들이 인기다. 사회 전반에 부는 ‘힐링’ 바람의 하나로 풀이된다.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새로 마련된 시집 코너. [오종택 기자]

깊어가는 가을, 시심이 동하는 것일까. 문학의 본령임에도 그간 소설에 밀려 맥을 못 추던 시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시집을 찾는 독자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일례로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시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그 덕에 교보문고 광화문점에는 2010년 리모델링 이후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빠져 있던 시 분야가 7월 다시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시와 가을에 서다’란 문구를 내건, 시집으로만 꾸민 서가도 생겼다.

 매출을 견인하는 선봉에 선 것이 6월 출간된 김재진 시인의 시집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시와)다. 독자를 다독이는 위로와 치유의 시를 담은 이 시집은 전체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리며 출간 3개월 만에 3만 부 넘게 나갔다. 인기 작가인 도종환·안도현 시인의 시집도 새로 출간되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진은영 시인의 『훔쳐가는 노래』(창비), 문정희 시인의 시집 『카르마의 바다』(문예중앙) 등을 찾는 독자들도 많다.

 이아름 교보문고 북마스터는 “신간 시집이 베스트셀러 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주목할 점이지만, 기형도 전집 등 예전에 출간된 시집의 판매도 늘어나고 있다”며 “ 시집이 얼마나 남았는지 챙겨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출판사들의 시집 기획도 활발하다. 문예중앙과 문학동네가 지난해 시선집 출간을 재개했고, 문학과지성사 등 주요 출판사가 펴내는 연간 시집 편수도 증가세다. 문학과지성사는 절판됐지만 오랫동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새로운 시집 시리즈의 출간도 계획 중이다.

 이처럼 시가 다시 주목을 받는 것은 팍팍한 삶을 시로 ‘힐링(치유)’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원미선 문예중앙 편집장은 “삶이 힘들어지면서 자신의 정서를 돌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얇아진 지갑도 시집 쪽으로 손이 가게 하는 이유란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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