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제3의 언어로 재무장 … 글로벌 틈새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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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테크노밸리 카카오 본사에서 만난 조항수(37) 마케팅총괄 부사장은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는지 정교하게 얘기하기 위해 기업이미지(CI)를 개편했다”라고 말했다. [사진 카카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운영사 카카오가 이달 중으로 얼굴(기업 이미지)을 바꾼다. 노란색 바탕에 회갈색의 빈 말풍선을 카카오의 기업 이미지(CI)로 삼아 메신저·게임·SNS·쇼핑몰 같은 개별 서비스의 디자인과 구별한다. ‘메신저 운영사’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기업’으로 새 출발을 상징하는 이번 개편은 NHN 디자인센터장 출신인 조항수(37) 마케팅총괄 부사장이 이끌었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본사에서 만난 조 부사장은 “CI 개편은 내년 초 본격 글로벌 진출을 앞둔 기초 작업”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애니팡’ 같은 게임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영어·한국어 외의 제3언어·대선용 서비스·사회공헌’의 3대 신사업으로 하반기 모바일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지난 4년간 네이버의 디자인을 책임졌다. 2008년 NHN에 입사해 지난 5월까지 NHN 디자인센터장으로 ‘지식인의 서재’ ‘해피 에너지 캠페인’ 같은 사업을 기획했고 지금 NHN이 사용하는 CI도 만들었다. 이해진 NHN 의장이 직접 이끈 메신저 ‘라인’ 프로젝트의 일원이기도 했다. 지난해 NHN 이사로 승진해 ‘국내 100대 기업 최연소 신임 임원’으로 유명세도 탔었다.

 그는 지난 5월 이해진 NHN 의장에게 “죄송하다. 더 이상 일에 몰입할 수 없다”고 말하고 회사를 나왔다. 조직이 커지면서 출퇴근과 점심 시간을 관리하는 NHN의 ‘대기업 체제’가 그에게는 맞지 않았다. 퇴사 한 달 후, “당신이 와서 해줄 일이 많다”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설득에 넘어가 카카오의 ‘노란 옷’을 입었다.

 현재 6200만 명 가입자가 하루 평균 41억 건의 메시지를 전송하는 카카오톡의 공략처는 ‘제3의 언어’다. 조 부사장은 “현재 글로벌 메신저 시장은 왓츠앱(영어), 웨이신(중국어), 카톡(한국어), 라인(일본어)의 4대 서비스로 정리된 상태”라며 “4대 언어 외에 한 개 이상 언어권을 꽉 잡지 않으면, 몇 백만 명 가입자가 있어도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4대 언어 외의 국가의 통신사·제조사와 제휴해 카톡을 모바일 기기의 기본 앱으로 탑재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에서 사회공헌과 사업을 결합한 모델을 개발했던 그는 카카오에서도 모바일에 최적화된 기부 모델을 만들고 있다. “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를 기부하는 탐스 슈즈 방식에, 받는 이와 주는 이를 카톡으로 이어주는 새로운 기부 모델이 거의 완성 단계입니다.”

 카카오는 연말 국내 최대 이슈인 대선용 서비스도 준비했다. 기업이나 단체가 카카오와 제휴해 알림 메시지를 보내는 ‘플러스친구’를 대선 후보에게 적용하는 것이다. 수신을 원하는 이에게 후보의 공약이나 일정을 카톡으로 보내는 서비스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련 법을 검토해 이미 사용을 허용했다.

 NHN에서 160명이 넘는 디자인센터를 이끌던 조 부사장은 요즘 한 자릿수의 팀원들과 일한다. 지난달 회사가 판교테크노밸리로 이전할 때에는 직접 이삿짐을 나르고 PC를 설치했다. “내가 창업했다는 기분으로 240명이 일하는 것, 그게 카카오의 강점입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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